전 세계적으로 K-뷰티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정작 유통 현장은 여전히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곤 한다. 이 흐릿한 시장에 ‘데이터’라는 정밀한 렌즈를 대는 이가 있다. K-뷰티 B2B 유통 플랫폼 ‘뷰통월드’의 염지예 인스피라 대표를 만났다.

클로즈업 인터뷰
K-뷰티 B2B 유통 플랫폼 ‘뷰통월드’의 염지예 인스피라 대표를 만났다.

염지예
인스피라 대표이사
현) - 주식회사 인스피라 대표 - 뷰티유통플랫폼 '뷰통월드' 서비스 운영 전) 동구밭, 토니모리, 스킨알엑스, 티몬 등 뷰티 유통 업계 15년차 MD
전 세계적으로 K-뷰티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정작 유통 현장은 여전히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곤 한다. 이 흐릿한 시장에 ‘데이터’라는 정밀한 렌즈를 대는 이가 있다. K-뷰티 B2B 유통 플랫폼 ‘뷰통월드’의 염지예 인스피라 대표를 만났다.

맞다. (웃음) 화장품 유통 업계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주변에서 화장품 유통 노하우나 방법을 물어보는 지인들이 너무 많았다. 질문이 계속 중복되다 보니 매번 설명하기보다 SNS에 글이나 영상으로 정리해 보여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경제를 누구나 알기 쉽게 풀어주던 ‘슈카월드’처럼, 나 역시 어렵고 복잡한 뷰티 유통을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처음엔 ‘뷰티 유통 월드’였는데 줄여서 ‘뷰통월드’가 됐다. 당시엔 정보 공유 채널이었지만, 지금은 우리 K-뷰티 브랜드를 세계(World) 시장으로 내보낸다는 의미까지 함께 담아 가고 있다.
사업 영역을 뷰티 유통으로만 한정 짓고 싶지 않아 법인명을 따로 분리했다. 인스피라는 ‘영감을 주는 빛’이라는 뜻이다. 우리 고객사들에게 영감을 주는 회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지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화장품을 굉장히 좋아했고, 대학생 때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신제품을 사서 써보는 게 취미였다. MD로서 유망한 브랜드를 찾아 시장에 선보이는 일이 내겐 직업이자 놀이였다. MD로 일하며 가장 기뻤던 순간은 초창기 ‘독도 토너’ 같은 인디 브랜드를 발굴해 코스트코 전점에 입점시키고, 올리브영과 이마트, 롯데마트 등 주요 채널로 확장시켰을 때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좋은 브랜드를 발굴해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과정 자체가 큰 보람이자 재미였다.
첫째는 현장에서 만난 브랜드들의 간절함 때문이었다. 시장에 나가고 싶어 하는 인디 브랜드는 넘쳐나는데, 정작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베테랑 MD의 인건비는 매우 높아 작은 브랜드가 채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둘째는 현실적인 정년 문제였다. 뷰티 업계 특성상 임원까지 올라가는 케이스가 드물고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내 정년은 내가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고, 체력과 경험이 가장 여물어 있는 시점에 나왔다.

기존 유통이 MD 개인의 순수한 ‘감’에 의존했다면, 우리는 그 감을 정교한 데이터로 변환했다. SNS의 소비자 반응도, 키워드 검색량, 커뮤니티의 진성 리뷰, 심지어 상권별 소득 수준과 객단가까지 다각도로 분석한다. 데이터 기반 매칭을 통해 바이어 입장에서는 ‘매입 실패’라는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자본이 부족한 1인 기업이나 신생 브랜드는 경험이나 인프라가 없어도 대형 유통망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초기 자금 마련부터 쉬운 게 없었다. 안전하게 시작하고 싶어서 집에 지원을 요청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집에서는 단 1원도 해주지 않으셨다. (웃음) "정말 성공할 것 같으면 네 돈으로 해라"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돈을 받지 않은 게 너무나 감사하다. 아마 그때 돈을 받았으면 다 날렸을지도 모른다. 사업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과 책임감을 다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후 ‘예비창업패키지’와 ‘청년창업사관학교’ 같은 정부 지원 사업에 연달아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섰다.
자체 시스템 덕분에 대면 미팅 없이도 착수부터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성과를 냈고, 2차 프로젝트 제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런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인 기업 브랜드를 현대백화점 팝업스토어를 거쳐 정식 입점까지 성공시켰다. 나아가 인플루언서 협업부터 브랜드 모델 팬사인회, 오프라인 행사 기획까지 브랜드에 필요한 총체적인 유통과 마케팅을 소화하고 있다.

내 고향이 대전이다. 대전에도 ‘토리든’ 같은 유명 화장품 회사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뷰티나 유통 분야에서 일할 만한 회사가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대전에 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는 좋은 일자리를 직접 만들고 싶었다. MD 이력이 없는 지역 청년들이라도 직접 가르치며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조금 더디더라도 후배를 제대로 양성해 청년들이 계속 일하고 싶어 하는 대전의 대표 기업을 만드는 것이 나의 비전이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일본, 중동 등 각국의 규제 사항을 반영한 해외 수출 길을 터주는 플랫폼 자동화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인 목표는, 시장 트렌드가 가장 빠르게 모이는 우리 플랫폼의 강점을 살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브랜드를 극초기에 발굴해 직접 매입하는 ‘브랜드 액셀러레이터’로도 성장하는 것이다.
무작정 퇴사부터 하지 말고, 회사에 다니면서 '투잡' 형태로 아이템을 먼저 테스트해보길 권한다. 고객의 반응을 미리 확인하고 정말 계속 버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본격적으로 창업에 도전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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