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공공기관 평가전문기관인 SEC평가원이 세계청년리더총연맹(WFPL)이 연구·축적한 'WF책임경영지수(WFSRI)'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평가 사업에 나선다. 학술적 연구성과는 적극 수용하되, 실제 개별 기업 및 기관에 대한 평가 판단과 확정 절차는 독립된 평가원 내부 규정에 따라 엄격히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S&P글로벌이 로베코샘의 기업지속가능성평가를 인수하고, 모닝스타가 서스테이널리틱스를 통합했듯 해외 주요 ESG 평가기관들도 기존 연구조직의 프레임워크를 흡수해 사업을 다각화해 왔다. SEC평가원 역시 WFPL이 2017년부터 구축해 2025년 11월 최종 확정한 WFSRI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고유의 평가 방법론과 체계를 정립했다.
핵심은 연구와 실제 평가 운영의 분리다. 선행 연구기관의 학술적 가치는 승계하지만, 개별 평가 대상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과 법적 책임은 사업 주체인 SEC평가원이 전적으로 갖는 구조다.
SEC평가원이 활용하는 종합평가지수 WFSRI는 단편적인 수치 합산이 아닌, 조직의 재무·비재무 성과와 사회·환경적 영향, 책임 이행 수준을 종합 분석해 도출된다. 평가 체계는 9대 평가부문, 27개 하위평가항목, 159개 세부평가지표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핵심이 되는 50개를 핵심가치지표(CVIs)로 별도 지정해 조직별 특성에 맞게 적용한다.
평가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금전적 이해관계의 철저한 차단이다. SEC평가원은 평가 대상 기업이나 기관으로부터 평가비, 심사비, 인증비는 물론 어떠한 형태의 후원금이나 경제적 대가도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피평가기관이 돈을 내고 평가를 받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부당한 개입이나 편향성을 아예 뿌리 뽑겠다는 취지다.
평가에 쓰이는 기본 자료 역시 공시 자료와 법정 자료, 공식 발표 데이터 등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수치만을 활용한다. 필요한 경우 복수의 정보원을 교차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며, 이렇게 검증된 정보는 정량·정성 분석을 거쳐 평가위원회 심의로 이어진다. 공공기관을 평가할 때는 정부의 ‘공공기관 ESG 가이드라인’을 참고기준으로 반영하되, 각 기관의 설립 목적과 공공적 책무에 맞게 분석 범위를 다듬는다.
현재 SEC평가원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와 주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제1회 SEC 기업·공공기관 ESG·WFSRI 평가'를 진행 중이다. 국민 생활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곳들이 주요 대상이다.
자료 수집은 오는 11월 30일까지 진행되며, 도출된 결과는 사실확인 검토와 이의신청 절차, 평가위원회 최종 심의를 거쳐 2027년 2월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이치수 SEC평가원 평가위원장은 "평가기관의 독립성은 단순히 조직을 따로 차렸다고 입증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고 어떻게 책임지느냐에 달려 있다"며 "외부의 기대나 피평가기관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 사실과 전문적 기준에만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철승 SEC평가원 전략기획부 이사도 "평가 운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평가 결과가 시장에서 제대로 신뢰받을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다져가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