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국대학교 모빌리티인문학 연구원이 오는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건국대 법학관에서 ‘2026 모빌리티인문학 세계학술대회(GMHC)’를 연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이번 행사에는 세계 각국의 인문학 및 사회과학 분야 연구진이 대거 집결한다. 연구원은 이번 학술대회를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 아시아연구소(ARI)와 손잡고 준비했다. 전 지구적 과제로 떠오른 기후위기 상황에서 인간의 이동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기반시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이번 논의의 중심축이다.
GMHC는 2019년 첫발을 뗀 이래 이동성이라는 주제를 철학, 역사, 문학, 사회학 등 인문·사회과학적 시선으로 풀어내는 정례 학술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교통수단의 발달이나 물리적 이동 거리의 확장에 초점을 맞추던 기존 논의에서 벗어나, 사람이 움직이고 정착하는 모든 과정에 얽힌 인문학적 맥락을 파악하려는 시도다.
이번 대회의 메인 주제는 ‘기후, 모빌리티, 인프라’다. 폭염이나 기상이변 같은 기후 변화가 인류의 이동 조건과 일상적 삶을 어떤 방식으로 흔들고 있는지 다각도로 조명한다.
특히 연구진은 도로, 철도, 디지털 통신망, 냉방 설비 같은 인프라를 단순한 기술적 결과물로 보지 않는다. 인프라 자체가 특정 집단에는 이동의 자유와 편의를 제공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불평등을 고착화하거나 사회적 약자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구조적 도구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행사 기간 총 두 차례의 기조강연과 14개 세션이 준비됐다. 첫날 기조강연자로는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사라 샤르마 교수가 단상에 오른다. 강연 주제는 ‘가부장제의 견디기 힘든 도구들을 떠받치는 인프라’다.
샤르마 교수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AI 비서 등 디지털 플랫폼 기술을 인프라의 관점에서 해부한다. 이러한 기술들이 일상의 효율을 높이고 돌봄 노동을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통적인 성별 분업을 은밀하게 강화하거나 특정 계층의 유급·무급 노동을 발판 삼아 작동한다는 점을 지적할 예정이다. 기술이 삶을 편하게 만드는 과정 뒤편에 숨겨진 불평등의 구조를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짚어낸다.
마지막 날인 31일에는 싱가포르국립대 장지아훼이 교수가 발표를 맡는다. 장 교수는 ‘열 관리와 이동·부동의 인프라: 2022 카타르 FIFA 월드컵 경기장’을 주제로 무대에 선다.
2022년 중동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당시 경기장 내부를 시원하게 유지했던 거대 냉방 시스템이 연구 대상이다. 장 교수는 최첨단 기술로 구현된 쾌적함이 경기장 안의 관중과 선수들에게 제공된 반면, 해당 인프라를 지어 올리고 현장을 유지했던 이주노동자들은 야외의 극심한 폭염에 그대로 노출되어야 했던 기형적 구조를 분석한다.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제시되는 각종 인프라 기술이 과연 누구를 보호하고 누구에게 희생을 요구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외에도 학술대회 현장에서는 모빌리티인문학 연구원 소속 연구진과 국내외 학자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분과 세션이 잇따라 진행된다.
문학과 문화 콘텐츠에 나타난 기후·인프라의 재현 방식부터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 책임 문제,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 기반 인프라가 남긴 유산, 인공지능 및 디지털 트윈 기술이 미래 사회에 미칠 영향까지 주제 범위가 넓다. 신진 연구자들이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중진 학자들과 의견을 나누는 별도 학술 교류 세션도 함께 마련된다.
신인섭 건국대 모빌리티인문학 연구원장은 그간 쌓아온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기후와 생태, 기술과 사회의 복잡한 관계를 인프라라는 렌즈를 통해 새롭게 해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미래 사회의 틀을 짜기 위해 학제 간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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