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거대언어모델(LLM)과 차세대 인공지능(AI) 서비스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과 전력망 확보가 산업의 최대 병목으로 떠올랐다. 단순한 서버 증설을 넘어 전력, 냉각, 건축, 통신까지 한 번에 묶는 인프라 생태계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된 셈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삼성그룹 6개 주요 계열사가 글로벌 투자회사 KKR이 설립한 AI 인프라 통합 기업 Helix Digital Infrastructure(이하 Helix)에 총 10억달러(약 1조3천억원)를 공동 투입한다고 29일 밝혔다.
지난 6월 출범한 Helix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개발 및 운영은 물론, 데이터센터 가동의 핵심인 기저·유연 전력원 발전, 송배전 인프라, 광섬유 네트워크까지 AI 인프라 가치사슬 전반을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 솔루션 기업이다. 급증하는 AI 수요에 맞춰 컴퓨팅 파워와 물리적 기반 시설을 동시에 빠르게 확보하도록 돕는 구조다.
수장은 전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경영자(CEO)인 아담 셀립스키(Adam Selipsky)가 맡았다. Helix는 데이터센터와 전력 계통 분야 전문가들로 경영진을 꾸렸으며, 약 170명의 전담 전문 인력을 보유한 KKR의 글로벌 인프라 사업 역량을 직접 활용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삼성 계열사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굵직한 플레이어들이 창립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KKR을 비롯해 쿠웨이트투자청(KIA), 엔비디아(NVIDIA), 미국 대형 전력회사 비스트라(Vistra) 등이 초기 주주로 참여한다.
Helix는 AI 데이터센터 단지 조성과 함께 전력 인프라 확충을 최우선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새로 지어도 전력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가동이 지연되는 현상이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된 탓이다. 이에 따라 비스트라 등 글로벌 에너지 개발사들과의 직접 투자 및 전략적 제휴를 통해 안정적인 전력 용량을 사전에 확보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AI 하드웨어 및 인프라 토털 솔루션 공급사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별 사업 역량을 Helix의 글로벌 프로젝트와 직접 연계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등 첨단 반도체 솔루션을 통해 데이터센터 컴퓨팅 성능을 뒷받침한다. DX(완제품) 부문은 지난해 인수한 데이터센터 공조(HVAC) 전문 자회사 플랙트그룹(FläktGroup)을 전면에 내세운다. 플랙트그룹은 공랭식 설비부터 차세대 고성능 서버에 필수적인 액체 냉각용 냉각수 배분 장치(CDU)까지 다루는 기업으로, 세계 14개 생산시설과 65개국 공급망을 가동 중이다.
시공과 시스템 운영 분야도 결합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와 발전 시설의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에 참여하며, 삼성SDS는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 노하우와 최근 확장 중인 GPU Cloud(GPU-as-a-Service) 사업 역량을 보탠다.
전력 안정성을 좌우하는 배터리 분야에서는 삼성SDI가 나선다. 24시간 멈춤 없이 돌아가야 하는 AI 데이터센터의 무정전 전원장치(UPS) 및 배터리 백업 유닛(BBU) 시장에서 신규 공급 기회를 마련할 방침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대규모 인프라 자산 투자자로서 재무적 안정성을 더한다.
글로벌 테크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빅테크 중심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계열사들은 Helix와의 협력을 발판 삼아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서 참여 기업 간 시너지를 끌어올리고 본격적인 사업 기회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