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여름 부산 다대포해수욕장 백사장에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은 연들이 하늘로 올라갔다. 바람이 거세지면 얼레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바람이 줄어들면 줄을 끌어당겼다. 연이 떨어지면 다시 주워 올려 바람의 결을 살폈다. 곁에서 연을 잡아주는 이의 손길과 바람을 기다리는 시간이 겹쳐지며 완성된 바람의 작업이었다.
그 여름 다대포에서 바람을 맞았던 연과 창작자들의 작업이 전시 형태로 관객을 만난다. 문화예술 기획 기업 위케이션은 10월 13일부터 25일까지 부산 을숙도문화회관과 낙동강문화원에서 전시 ‘천천히 날았더니 구름이 바람이 별이 내 친구가 되었는데’를 개최한다.
위케이션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6 예술분야 초기창업 지원사업’에 선정된 기업이다. 액셀러레이터 뉴키즈인베스트먼트의 보육을 받으며 이번 전시의 기획부터 큐레이팅, 전시 디자인, 접근성 설계를 총괄했다.
전시의 뿌리는 장애 청소년의 창작 활동을 지속해 온 두근두근문화예술사회적협동조합에 있다. 당초 장애 아동·청소년 가족들의 자조모임으로 시작된 이 조합은 오랜 시간 예술가, 강사, 기획자들과 손을 잡고 창작 공간을 터 왔다.
이번 행사에서는 신경발달장애 창작자인 변예솔, 최하은, 안드레, 황유찬을 비롯해 외부 참여작가 심승보, 조태성, 박준수의 작업이 함께 소개된다. 각자가 바라본 자연과 일상의 감각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표현됐다.
특히 지역의 바람과 풍경을 장애 창작자의 감각으로 담아낸 전통 연 작업에는 부산광역시 무형유산 지연장 보유자인 배무삼 장인이 함께했다. 전통공예 수업부터 제작까지 배 장인의 손길이 더해져, 종이에 담긴 창작자의 이야기는 바람을 타고 움직이는 공예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번 전시가 제시하는 주요 관람 방식은 ‘멀리서 보기’다. 하늘에 떠 있는 연은 눈앞에 바짝 다가가 세부를 살피기 어렵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흔들리고 잠시 시야 뒤로 숨기도 한다. 다시 떠오를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기다리는 경험은 시각적 관람의 속도를 늦춘다.
위케이션은 서둘러 해석하지 않고 창작자 고유의 표현 방식과 속도를 존중하는 태도를 ‘멀리서 보기’라는 감각에 담았다. 관람객이 작품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타인의 세계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조율했다.
전시 공간 지원은 을숙도문화회관과 낙동강문화원이 맡았다. 부산시의 어린이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은 워크숍 협력으로 힘을 보탠다. 워크숍은 예술이 생소한 관람객이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직접 창작과 감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동래구장애인복지관과 장애인참배움터도 함께 참여한다.
위케이션은 창작과 감상의 경험을 단순한 문화 행사에 그치지 않고 통합교육과 통합돌봄에 대한 사회적 질문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서로 다른 감각과 속도를 가진 이들이 학교라는 울타리 밖 지역사회 공간에서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 이웃과 지역 기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현장에서 살핀다.
오정민 위케이션 대표는 "통합돌봄과 통합교육은 한 사람이 지역사회 안에서 누구를 만나고, 어디에 머물며,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며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화적 경험의 접근성과 인권, 환경 등 사회적 의제를 기획으로 풀어내 온 위케이션은 이번 전시에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위한 관람 환경을 세심하게 조율했다. 촉각 감상용 전시물을 배치하고 쉬운 글과 큰 글씨로 작성된 안내문을 비치한다. 휠체어 이용자를 고려한 동선 확보와 현장 지원 인력배치도 완료했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사전 예매 없이 현장을 찾으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