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려는 기업과 기관들의 가장 큰 고민은 결국 보안과 정확도다. 클라우드 기반의 생성형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내부 기밀이나 고객 정보가 밖으로 새 나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발목을 잡는다. 여기에 그럴듯한 거짓말을 지어내는 환각 현상(할루시네이션)과 문서 양식이 조금만 바뀌어도 AI를 새로 학습시켜야 하는 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면 도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시장의 페인 포인트를 정확히 파악하고 맞춤형 솔루션으로 틈새를 파고든 국내 AI 스타트업이 올 상반기 뚜렷한 실적 성장을 증명해 냈다.
공공·기업용 시각지능 통합 솔루션 기업 한국딥러닝은 2026년 상반기 문서 AI 사업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0% 증가하며 3.4배 성장했다고 밝혔다. 회사 창립 이래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이다.
실적 성장을 이끈 핵심 동력은 철저히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관점에서 사업 방향을 전면 개편한 데 있다. 한국딥러닝은 올해 초부터 반복 학습과 환각 현상, 그리고 사람이 일일이 다시 확인해야 하는 전수 검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3 Zero AI Worker(제작 노동자)’ 전략을 전면에 내걸었다.
이 전략은 세 가지 축으로 움직인다. 문서 양식이 바뀔 때마다 매번 데이터를 새로 집어넣고 재학습시켜야 했던 기존 개발 방식의 부담을 낮춘 '제로 트레이닝'이 첫 단추다. 여기에 실제 인풋된 문서 데이터만을 근거로 삼아 텍스트를 추출·해석함으로써 엉뚱한 답변을 내놓는 오류를 차단한 '제로 할루시네이션'을 결합했다. 마지막으로 AI가 처리한 결과물 중 오독 확률이 높은 정밀 확인 필요 구역만 골라내어 사람이 검수하도록 유도하는 '제로 리뷰' 시스템을 안착시켰다.
현장에서는 AI 기술 도입 이후 인건비나 검수 시간이 크게 줄어들지 않아 불만을 가졌던 공공기관과 기업 실무진들이 이 같은 3 제로 방식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상반기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이러한 전략이 어디서 통했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한국딥러닝이 올 상반기에 수행한 전체 사업 규모의 무려 94%가 금융권 직접 사업과 정부·공공기관 연계 사업에서 쏟아졌다.
보안에 가장 민감하고 보수적인 집단이 이들의 기술을 선택한 셈이다. 특히 솔루션을 공급하고 배포한 방식의 약 90%는 외부 망과 차단된 채 고객사 내부 서버 환경에 직접 시스템을 심는 '온프레미스(On-premise)' 형태였다. 기술력은 생성형 AI 수준으로 고도화하되 가동 방식은 철저히 폐쇄형으로 가져간 전략이 적중했다.
기술의 밑바탕이 된 핵심 제품은 '딥 에이전트(Deep Agent)' 솔루션이다. 이 플랫폼은 크게 두 가지 엔진으로 구동된다. 문서를 이미지로 인식해 글자를 뽑아내는 '딥 OCR'과 그렇게 추출된 텍스트의 맥락과 구조적 의미를 파악하는 '딥 파서(Deep Parser)'가 유기적으로 맞물린다.
단순히 종이 속 글자를 디지털 텍스트로 바꾸는 수준이 아니다. 영수증이나 계약서, 행정 서식 안에서 제목이 무엇이고 실제 데이터 값이 어디에 배치되어 있는지 시각적 레이아웃과 언어적 의미를 동시에 분석해 낸다. 표가 복잡하게 얽혀 있거나 문장 간격이 좁은 까다로운 공공 문서도 오차 없이 분류하고 데이터베이스(DB)화할 수 있는 이유다.
시장의 관심도 지표로 확인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기업 및 기관들로부터 접수된 기술 도입 문의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530% 이상 폭증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해외 기업과 기관들의 러브콜도 눈에 띄게 늘었다는 사실이다. 아직 본격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전개하지 않았음에도 해외발 기술 문의가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며 크로스보더 사업 확장 가능성을 열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생성형 AI 거품론이 고개를 들고 실질적인 수익성을 증명해야 하는 AX(인공지능 전환) 시대에 접어든 만큼, 이처럼 명확한 B2B 및 B2G 매출 성과를 내는 딥테크 스타트업으로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지현 한국딥러닝 대표이사는 "상반기 실적은 금융과 공공 시장에서 우리 AI 모델의 실용성과 보안성을 혹독하게 검증받아 얻어낸 결과"라며 "하반기에는 이 성공 방정식을 바탕으로 제조업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별 맞춤형 AI 워커 솔루션을 확대 출시하고, 글로벌 수요가 확인된 만큼 해외 시장 영토 확장에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