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도가 무엇인지 아나요?’
한글날을 맞아 여주 세종대왕릉을 찾은 아이들에게 던진 질문에 돌아온 반응은 뜻밖에 낯섦이었다. 효도라는 단어가 생소하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어린이들이 적지 않았다.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경기도 여주시 세종대왕릉에서 열린 ‘2026 한글날 문화행사’ 현장에서는 훈민정음 반포 제580돌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이 가운데 역사와 향기를 접목해 가족 사랑의 의미를 다룬 체험 교육이 눈길을 끌었다.
조향 및 스토리텔링 교육 기업 쎄리하우스는 세종대왕과 문종의 앵두나무 일화를 활용한 ‘작은 앵두에 담은 커다란 사랑’ 프로그램을 기획해 선보였다. 이틀간 진행된 이번 체험에는 총 600명의 어린이가 참여했다. 콘텐츠 기획과 총괄은 쎄리하우스 현나영 대표가 맡았고, 한동현 조향교육기획자가 현장 교육을 진행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만들기 체험을 넘어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인성교육 형태로 구성됐다.
‘문종실록’을 보면 세자 시절 문종이 아버지 세종을 위해 궁궐 후원에 직접 앵두나무를 심고 정성껏 가꿔 열매를 올려드렸다는 기록이 나온다. 세종은 아들이 손수 기른 앵두를 받고 크게 기뻐하며 다른 곳에서 올린 앵두와 비할 바가 아니라고 칭찬했다. 600여 년 전 작은 앵두 한 알에 담긴 부자간의 깊은 정성은 오늘날에도 가족과 효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쎄리하우스는 이 옛 이야기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재구성했다.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장소에서 역사 속 인물들의 삶과 가족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배우도록 유도했다.
현장에서는 효라는 단어를 다소 무겁거나 어렵게 느끼는 아이들의 반응을 고려해 설명 위주의 교육을 피했다. 문종이 아버지를 생각하며 앵두나무를 가꾸었던 마음을 먼저 이해하도록 돕고, 이를 향기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수업을 맡은 한동현 조향사는 문종의 이야기와 효의 의미를 설명한 뒤 ‘세종대왕 앵두나무’ 시향지를 활용해 자신만의 향기카드를 만드는 과정을 지도했다. 아이들은 진지한 태도로 여러 향을 맡아보며 부모님께 전달할 카드를 완성해 나갔다.
현장에 함께한 부모들도 아이들과 같이 향을 맡고 대화를 나누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완성된 향기카드는 문종이 아버지 세종에게 앵두를 올렸듯, 아이들의 손을 통해 부모님에게 직접 전달됐다.
여주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쎄리하우스는 역사와 문화, 사람의 감정을 향기로 풀어내는 스토리텔링 조향 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지난해 한글날 행사에서도 세종대왕릉에서 약 50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앵두나무 향기 체험을 진행해 지역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올해는 참가 규모를 600명으로 확대하고, 기존의 향기 체험에 효의 실천이라는 인성교육 요소를 한층 강화했다. 역사 속 이야기를 들은 뒤 향기를 경험하고 부모님에게 선물을 건네는 일련의 과정이 감각과 실천을 연결하는 교육 모델로 발전했다는 평가다. 행사 기간 중에는 인플루언서 ‘신사마’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현장을 찾아 행사를 둘러보기도 했다.
현나영 쎄리하우스 대표는 아이들에게 효도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의외로 잘 모른다는 대답이 많았던 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전했다. 효도는 어렵거나 거창한 개념이 아니라 부모님을 생각하는 작은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이어 문종이 아버지를 위해 앵두나무를 가꾸었듯, 아이들이 부모를 떠올리며 향기카드를 만들어 건넨 경험이 오래도록 남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는 지역의 대표적인 국가유산인 세종대왕릉이라는 공간에서 역사와 인성교육, 감각 체험을 융합했다는 점에서 고유한 의미를 가진다. 쎄리하우스는 앞으로도 지역 역사와 문화 자산을 향기로 재해석한 참여형 교육 콘텐츠를 계속해서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