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태평양 지역 다이닝 시장이 정형화된 레스토랑 중심 틀을 벗어나 지역 고유의 정체성과 사교적 경험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현지 식재료와 스토리텔링을 담은 로컬 메뉴가 소비 선택의 핵심 기준으로 떠오른 가운데, 긴 코스로 이어지던 파인 다이닝의 소요 시간도 2시간 이내로 대폭 짧아지는 추세다.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은 아태지역 식문화 변화를 조망한 최신 보고서 ‘식문화의 미래 2027(Future of Food 2027)’을 발표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업계 셰프와 호스피탈리티 전문가, 인플루언서 인터뷰를 비롯해 역내 메리어트인터내셔널 호텔들의 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보고서가 제시한 올해 식문화의 핵심 트렌드는 ‘장소의 부상(The Rise of Place)’이다. 단순히 음식을 소비하는 장소를 넘어, 소비자가 방문하는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을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는 다이닝 공간에 대한 요구가 한층 강해졌다.
조사 결과 중화권을 제외한 아태지역 참여 호텔 가운데 95%가 현지 시그니처 요리에 대한 수요 증가를 가장 큰 시장 트렌드로 꼽았다. 호텔 식사 공간 역시 기존 메인 레스토랑 중심에서 벗어나 바, 라운지, 카운터, 가변형 공간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투숙객이 하루 내내 자유롭게 오가며 교류하는 문화 거점으로 변화하는 양상이다.
한국 시장에 대한 조명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보고서는 한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흥미로운 식음료 문화를 형성하는 국가 중 하나로 평가했다. 최정윤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한국 의장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다이닝 시장을 “미식과 파인 다이닝이 지속해서 대중화하는 현상”으로 설명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미식 이해도와 투자 의향이 높아졌으며, 와인 페어링에 대한 관심도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등 미디어를 통한 한국 셰프들의 글로벌 인지도 상승 역시 국내외 다이닝 수요를 이끄는 요소로 분석됐다.
한국 시장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1%가 파인 다이닝 코스 수를 줄였다고 답했다. 독점성이 고객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비율은 86%에 달했다. 논알코올 음료 판매 성장률은 41%를 기록했으며, 아시아 주류 중에서는 소주 수요가 가장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다이닝 공간과 운영 방식의 변화도 뚜렷하다. 역내 호텔 절반가량은 라운지와 바, 야외 공간 등 캐주얼한 장소에 대한 고객 선호가 늘었다고 답했다. 40~60석 규모의 아늑한 전용 공간도 늘어나는 추세다. 베트남의 경우 조사 대상 호텔 71%가 바와 라운지에서의 식사 이용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메뉴 개발, 마케팅, 인력 운영, 고객 분석 등 백오피스 업무에 AI를 활용하면서 현장 직원들이 맞춤형 고객 서비스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됐다. 태국에서는 조사에 참여한 모든 레스토랑과 바가 이미 AI를 운영에 적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파인 다이닝 형태는 ‘99분’으로 요약되는 효율화 경향을 보인다. 기존 10개 이상 코스로 4시간가량 진행되던 테이스팅 메뉴 대신, 5개 안팎의 핵심 코스를 2시간 이내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역내 호텔 58%가 파인 다이닝 평균 소요 시간을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사이라고 답했다. 싱가포르는 85%가 평균 1시간 30분이라고 응답해 역내에서 가장 짧은 다이닝 시간을 기록했다.
웰니스와 플랜트 포워드(plant-forward) 메뉴 확산도 주요 흐름이다. 메리어트인터내셔널 호텔 97%가 건강과 장수를 고려한 요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식물성 식재료 중심 메뉴를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2027년까지 역내 호텔에 상시 운영 체계로 도입할 계획이다.
저알코올 및 논알코올 음료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조사 대상 레스토랑과 바 중 42%가 논알코올 음료 매출이 증가했다고 응답해, 주류 대안 상품에 대한 시장 수요를 뒷받침했다.
피터 라바 메리어트인터내셔널 아시아 태평양 F&B 부문 부사장은 "아시아 태평양 전역에서 지역의 결을 간직한 친밀한 경험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으며 작지만 분명한 의도를 지닌 공간이 전통적인 다이닝 모델을 대체하고 있다"며 "호텔은 지역의 인재와 식재료, 진정성 있는 교감을 다이닝에 녹여내 고유한 정서가 느껴지는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