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어로 앱과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와 전용 개발 도구가 공개됐다.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셈틀은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한국어 프로그래밍 언어 '훈민정음'과 전용 통합개발환경(IDE) '훈민정음 IDE'를 공식 공개했다고 10일 밝혔다.
훈민정음은 코드 작성 시 한국어 문장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버튼의 내용은 관람 신청이고, 누르면 관람 신청하기를 실행한다'처럼 사람이 읽고 쓰는 문장 형태 그대로 코드를 입력하면 실제 작동하는 앱과 서비스로 이어진다.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문장의 뜻을 통해 코드의 역할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프로젝트는 대전동신과학고를 조기 수료하고 KAIST 전산학부에 재학 중인 셈틀 오현우 대표가 고등학생 시절이던 2022년 처음 시작했다. 평소 사용하던 한국어로 직접 프로그래밍을 하고 싶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언어다. 초기에는 앱 내부에서 동작하는 수준이었으나, 약 4년간의 개선을 거쳐 실제 서버와 응용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한동안 다른 프로젝트에 집중하며 멈춰 있던 훈민정음 개발은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대중화가 계기가 됐다. AI로 인해 단순한 소프트웨어 제작 자체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개발 방식과 언어 본연의 역할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된 것이다. 오 대표는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만의 언어로 개발 환경을 완성하는 길을 택했다.
새롭게 정리된 훈민정음은 iOS와 안드로이드 모바일 앱은 물론 컴퓨터용 프로그램과 데이터 처리용 백엔드 서버 개발까지 모두 지원한다. 함께 공개된 훈민정음 IDE는 코드를 작성하면서 화면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프로그램을 구동해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기술적 완성도를 검증하기 위해 실제 서비스 구축에도 직접 적용했다. 최근 아이폰 앱으로 선보인 위치 기반 Q&A 서비스 '현문현답'이 대표적이다. 여행지의 현재 상태를 실시간으로 묻고 답하는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접하는 앱 화면부터 백엔드 서버에 이르기까지 모든 코드가 훈민정음으로 작성됐다.
전용 개발 도구와 코드를 실행 파일로 바꾸는 컴파일러 자체도 훈민정음 언어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회사는 컴파일러를 처음부터 다시 구현해 결과를 대조하고 검증할 수 있는 자료를 함께 공개해 객관적인 기술 검증을 거치도록 했다.
훈민정음을 개발한 셈틀은 학창 시절 소모임으로 시작해 2026년 5월 정식 법인으로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오 대표는 2024년 메타버스 개발자 경진대회 성인부 최우수상, 2025년 'Apple Swift Student Challenge Distinguished Winner' 선정, 2026년 파리 RAISE Summit Hackathon Vultr 트랙 2위 등 주요 개발 대회에서 꾸준히 성과를 올려온 인재다. 회사는 지난 9월 AI 작업 도구 '셈틀 마디'를 출시한 바 있으며, 로컬 폴더 환경에서 직접 작동하는 '마디 코드'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오현우 대표는 "훈민정음 서문에는 이 글자를 만든 이유가 '사람마다 쉽게 익혀서, 날마다 쓰기에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라고 적혀 있다"며 "이 이름을 쓰는 이상 지켜야 할 기준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글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받기를 기다리지 않고, 처음 시작하는 길을 더 쉽게 만들며 매일 쓰는 제품으로 증명하겠다"며 "오래된 시작으로 돌아오는 일이었던 훈민정음이 오늘부터는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훈민정음 언어와 전용 개발 도구, 사용 가이드라인, 컴파일러 검증 자료는 훈민정음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사용법을 다룬 개발자 세션 영상도 함께 제공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