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AI가 논문과 보고서를 써주는 시대가 됐지만, 대부분은 문장을 그럴듯하게 조합하는 언어 모델에 기반한다. 수식과 수치 계산이 기본이 되는 공학이나 자연과학 분야에서 기존 AI 툴들이 한계를 보이는 이유다.
대전의 한 연구 개발 벤처가 텍스트 생성이 아닌 지배방정식 도출과 수치 계산에서 출발하는 'AI 과학자' 시스템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미래사회알앤디는 연구 지원 플랫폼 'ideainnov.com'을 통해 공학, 사회, 경제가 얽힌 복합 난제 해결에 도전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이 플랫폼의 핵심은 연구자가 주제나 자료를 입력하면 문제의 기반이 되는 지배방정식을 도출하고, 진화적 기호 보정 기술을 적용해 4축 검증을 거친 뒤 SCI 규격의 논문 초안을 만드는 구조다. 문장을 만들어내는 일반 거대언어모델(LLM)과 달리 철저히 수학적 정합성과 수치 계산에 집중한다.
회사가 타깃으로 삼은 분야는 이른바 '연성 난제'다. 서로 다른 영역의 방정식이 얽혀 있는 복합적인 문제들을 뜻한다.
예를 들어 대형 구조물의 미세한 손상 진행이라는 순수 물리 문제와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위험 인식 변화, 그에 따른 지자체의 유지관리 예산 집행 결정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황이다. 단순히 공학 내부의 구조·지반 연성을 넘어 사회·경제적 변수까지 다학제 방정식으로 묶어내는 식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AI가 낸 결과물의 근거를 세 등급으로 나누어 논문 본문에 수치와 함께 투명하게 밝힌다는 점이다.
동일한 조건의 공개 실측 자료와 직접 비교한 결과는 '동일조건 실측', 물리적으로 유사한 다른 조건의 실측 데이터를 쓴 경우는 '유사조건 대체', 실측 데이터 없이 수치 계산으로만 검증한 경우는 '합성(synthetic)'으로 명시한다. 검증 항목 중 일부만 통과했을 때는 '부분 성공', 통과 항목이 적으면 '반증'으로 기술하며 실패한 결과도 숨기지 않고 그대로 적는다.
실제로 최근 이 시스템이 배달한 논문 30편을 자체 집계한 결과, 동일조건 실측 근거가 확보된 논문은 아직 없다. 6편은 유사조건 대체 검증, 3편은 간접 통계 증거를 썼고 나머지 21편은 합성 근거에 기반했다. 회사 측은 최근 20편 중 실측 근거가 '부분 성공' 이상을 기록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길 때까지 다음 버전 배포를 미루겠다는 내부 기준을 세워뒀다.
유사조건 대체가 적용된 대표적 사례가 '고속철도 주행 시 발생 지반진동과 인접 구조물 영향 예측' 연구다.
같은 조건의 공개 데이터가 없어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지진 관측 자료를 대체재로 활용했다. 관측값과의 크기 차이나 거리에 따른 감쇠 방향 등은 기준을 통과했으나, '개선 방정식이 기존 방정식보다 오차가 작다'는 항목을 넘지 못해 '부분 성공' 판정이 나왔다. 회사는 새로 더한 보정 항의 효과까지 완전히 입증하지는 못했다는 한계점을 논문 본문에 그대로 명시했다.
여러 라운드에 걸쳐 난제를 이어서 푸는 '연속 해석'에는 오차 개선율 수치를 도입했다. 기준식 대비 오차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계산해 화면과 본문에 표기하고, 개선율이 50% 이하에 머무는 작업은 사용된 크레딧을 자동으로 환불해 준다.
현재 회사는 AI가 써준 초안을 연구자가 어떻게 해석하고 고쳤는지를 평가하는 '제1회 AI 사이언티스트 SCI 논문 경진대회'를 진행 중이다. 총 1000크레딧의 상금이 걸린 이번 대회의 응모 마감은 오는 31일까지다.
미시간대학교 공학박사이자 토목구조기술사인 조태준 미래사회알앤디 대표(대진대 교수)는 "ideainnov.com은 겉모습만 매끄러운 문장을 만들어내는 도구가 아니다"라며 "지배방정식을 도출하고 수학적 재현성으로 검증해 연구자의 최종 판단을 돕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어 "최종 목표는 인류가 마주한 복합 난제를 극복할 다음 단계의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며, SCI 논문 초안은 그 과정을 구성하는 하나의 부품"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