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하늘길을 선점하려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업계의 시선이 하드웨어 기체 자체에서 점차 이를 굴리는 소프트웨어 인프라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전기 기체가 나와도 배터리 효율과 실시간 유지관리를 책임질 운영 체계가 없으면 상용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래항공 솔루션 기업 토프모빌리티가 7월 15일부터 17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6 K-UAM CONFEX에 참가해 인공지능(AI) 기반 미래항공 운영 솔루션을 전면에 내걸었다. 국토교통부와 인천광역시가 공동 주최한 이번 박람회는 국내외 드론과 UAM 강소기업들이 모여 상용화 단계의 기술력을 겨루는 자리다.
전시 현장에서 만난 토프모빌리티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전기비행기 제조사가 아니라는 점을 여러 번 확실히 했다. 이들의 본질은 비행기를 효율적으로 띄우고 관리하는 데이터 플랫폼 기업이다. 기체 개발에 수천억원의 자금이 묶이는 제조 리스크를 피하는 대신 하늘길의 운영체제(OS)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회사는 국내 최초로 전기비행기 안전성 인증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실질적인 상용 운항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 것은 전기비행기 운영 데이터 기반의 배터리 효율 관리 시스템이다. 전기항공기는 스마트폰이나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배터리가 곧 목숨줄이다. 하늘 위에서 배터리 잔량이나 건강 상태를 오판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토프모빌리티는 실제 비행 과정에서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배터리 충전 상태(SOC)와 건강도(SOH), 셀 온도 변화, 과거 충전 이력 등을 실시간으로 정밀 분석하는 스마트 충전 솔루션을 시연했다.
기체 상태를 미리 진단하는 예지정비 기술도 현장에서 함께 다뤄졌다. 비행 중인 기체와 배터리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미세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이 상시 모니터링한다. 사람이 육안으로나 기존 정비 지침으로 잡아내기 힘든 미세한 전류 이상이나 부품 전조 증상을 조기에 감지해 내는 시스템이다. 항공 정비(MRO)의 영역을 사후 수리에서 사전 예방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업계에서는 유에이엠 상용화의 가장 큰 난제로 배터리 수명 관리를 꼽는다. 항공기 특성상 이착륙 시 엄청난 출력을 쏟아부어야 하므로 배터리 열화 속도가 전기차보다 훨씬 빠르다. 토프모빌리티가 제안한 AI 기반 원격 모니터링과 데이터 분석 플랫폼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체 운항 비용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교체 주기를 늦추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번에 선보인 통합 플랫폼을 발판 삼아 사업 영토를 단계적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초기에는 전기비행기를 활용한 조종사 훈련 가이드라인이나 관광비행 상품으로 기초 데이터를 다진다. 이후 인프라가 갖춰지는 대로 지역항공모빌리티(RAM) 영역인 섬 지역 간 단거리 항공운송과 본격적인 유에이엠 관제 시장으로 서비스 범위를 뻗어 나갈 구상을 하고 있다.
정찬영 토프모빌리티 대표이사는 "미래 UAM 시장이 열렸을 때 승자는 단순히 멋진 기체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가장 안전하고 비용 효율적인 운항 능력을 증명하는 곳이 될 것"이라며 "안전 검증, 배터리 매니지먼트, MRO 예지정비, 실시간 운항관제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 국내외 항공 모빌리티 시장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