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스타트업 현장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AI를 도입하고도 일하는 시간이 줄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적지 않다. AI 기술의 성능 문제라기보다는 회사의 내부 정보와 업무 맥락이 정리돼 있지 않은 탓이 크다.
일의 구조를 설계하는 업무 시스템 브랜드 공여사들은 지난 9월 30일 탭엔젤파트너스가 개최한 농식품 스타트업 특강에 참가해 ‘AI가 일하게 만드는 회사의 조건’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발표는 진서우 공여사들 CX 리드가 맡았다.
이날 특강에서 공여사들 측은 스타트업들이 생성형 AI를 도입한 뒤에도 업무 효율을 체감하지 못하는 핵심 원인으로 회사가 보유한 맥락과 업무 기준의 부재를 짚었다. AI에게 지시를 내릴 때마다 회사의 현황을 매번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고 관련 자료를 찾아서 전달해야 한다면 생산성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현장에서 진서우 CX 리드는 "프롬프트 작성법에 큰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그 프롬프트가 읽어낼 회사 내부 자료가 없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조직일수록 업무 판단 기준과 노하우가 대표나 일부 핵심 실무자의 머릿속에만 머무는 경향이 강하다. 공여사들은 이런 상황을 두고 "AI는 회사에 가장 먼저 들어온 신입 직원과 같다"고 비유했다. 신규 입사자가 조직의 일하는 방식과 기준을 배워야 제 역량을 발휘하듯, AI 역시 회사가 어떤 맥락에서 판단하고 일하는지 학습하는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뜻이다.
대안으로는 회사의 업무를 프로젝트(Project), 운영(Operation), 표준운영절차(SOP), 태스크(Task)의 네 가지 축으로 나누어 기록하는 'P.O.S.T' 구조가 제시됐다.
처음 시도하는 규모가 큰 일은 프로젝트,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업무는 운영으로 구분한다. 다른 구성원이 참고해야 하는 업무 판단 기준과 절차는 SOP로 문서화하고, 정해진 기한 내에 끝내야 하는 실천 과제는 태스크로 나눠 관리하는 방식이다. 강연에서는 농식품 스타트업이 자주 마주치는 해외 판로 개척이나 박람회 참가, 생산 발주, 샘플 발송 기준 등을 예시로 들어 설명이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참가 기업들이 자사 업무 정보를 직접 정리한 뒤 AI에 기존과 동일한 질문을 다시 던져보는 실습도 진행됐다. 사전 데이터가 인풋으로 들어간 상태에서 AI가 내놓는 답변의 질은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 공여사들 측은 이 과정을 두고 "AI가 갑자기 똑똑해진 것이 아니라 읽을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브랜드 내부에서 지난 2년간 쌓아온 업무 기록을 활용해 파트너사 협의 이력 정리, 과거 업무 검색, 미팅 전 예상 질문 추출, 고객 리뷰 기반 콘텐츠 초안 작성 등 실제 현업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시연하기도 했다.
진서우 리드는 "AI에게 일을 맡기고 싶다면 먼저 우리 회사가 어떤 기준으로 일하는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며 "대표나 핵심 실무자만 알고 있던 판단 기준이 내부 시스템에 쌓이면 구성원과 AI 모두가 동일한 맥락 위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공여사들은 노션(Notion)을 기반으로 소규모 조직의 프로젝트, 업무 요청, 회의록, SOP, 고객관리 등을 구조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노션 공식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