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이라는 긴 터널을 통과한 청년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함께 발을 맞춘다. 대한암협회가 암경험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러닝 클럽 '2RC(Reset-Running Club)'를 발족했다.
2RC는 암 투병과 회복 과정에서 사회적 시선에 부담을 느꼈을 청년들이 신체적, 정신적 회복을 다질 수 있도록 기획한 모임이다. 기존 환우 모임이 환자 간 정보 교류나 투병 경험 공유에 무게를 두었다면, 2RC는 '달리는 사람'이라는 현재 모습에 온전히 집중하는 환경을 지향한다. 암 진단 이후 회복 단계를 거치는 당사자들이 자신의 투병 과정을 굳이 설명하거나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비슷한 경험을 거쳐온 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각자의 체력과 호흡에 맞춰 몸을 다시 일깨우는 것이 핵심 목표다.
클럽 활동은 한강 일대에서 열리는 오프라인 정기 러닝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일주일에 두 차례 정기적으로 모여 함께 달리며, 참가자들은 각자의 컨디션과 체력 수준에 맞춰 페이스를 조절한다.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산책에 가까운 걸음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오랜만에 다시 도전하는 운동일 수 있다. 얼마만큼의 속도로 얼마나 멀리 가는지보다 함께 발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둔다.
모임의 문호는 넓게 열려 있다. 암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친구나 지인, 가족 등 암 환자가 아닌 사람도 러너로 참여할 수 있다. 암 경험 유무를 따지기보다 같은 트랙을 달리고 서로의 속도를 존중하는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방식이다. 참가자를 '환자'라는 틀 안에 가두지 않고 저마다의 일상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개별 인격체로 바라보는 장을 만든 셈이다.
2RC의 또 다른 특징은 달리기를 통한 나눔 체계다. 참가자들이 달린 거리는 1km당 일정 금액으로 환산돼 다음 암 경험자 러너를 지원하는 기부금으로 쌓인다. 운동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행위가 곧 다른 암경험자를 향한 사회적 응원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모여 사회적 지지와 나눔이라는 가치로 확장되는 선순환 효과를 노렸다.
이민혁 대한암협회 회장은 "암 진단 후 사회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많은 청년들이 고립감이나 주변의 과도한 시선에 부담을 느낀다"며 "회복의 속도가 서로 달라도 괜찮고, 자신의 경험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며, 함께하고 싶을 때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모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달리기는 그 공간을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자 서로를 연결하는 공통의 언어"라며 "달리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암경험청년 러닝 클럽에 따뜻한 관심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선과 편견을 벗어나 스스로 일상의 주권을 찾아가는 암경험청년들의 달리기는 매주 서울 주요 한강 공원 일대에서 이어진다. 상세한 참여 방법과 정기 모임 일정은 대한암협회 공식 SNS나 안내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