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과 의사뿐만 아니라 공중보건 전문가와 가정의학과, 심장내과 리더들이 입안 건강을 신체 전반의 건강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다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잇몸과 치아 관리를 단순한 구강 위생 차원에 두지 말고, 일상적인 헬스케어의 기본 루틴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럽치주학회(EFP)와 유럽치과공중보건협회(EADPH)가 소집한 국제 전문가 그룹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학제 간 합의문을 발표했다. 치주학, 심장학, 당뇨병, 가정의학, 공중보건, 보건 교육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작성한 이번 합의문은 국제 학술지 '치주학 2000(Periodontology 2000)'에 게재됐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통합 예방을 주장하는 이유는 구강 질환과 주요 만성 질환이 원인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구강 질환과 심장 질환, 당뇨병, 암 등은 당류 과다 섭취, 담배, 음주, 사회적 취약성이라는 동일한 위험 요인을 갖고 있다. 개별 질환을 따로 떼어 예방하는 방식은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강력한 연결고리가 확인된 분야는 당뇨병이다. 중증 잇몸 질환은 당뇨병과 양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 잇몸 염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당뇨 환자의 혈당 조절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이번 합의문에 담겼다.
구강 질환으로 발생하는 전 세계적인 경제적 부담은 연간 약 7100억달러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이 비용의 대부분을 일상적인 예방 행위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구강 건강을 국가 만성 질환 관리 전략과 공유 진료 기록, 의료진 간 의뢰 체계에 포함하는 것이 제한된 보건 자원을 절약하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합의문은 의사와 간호사, 약사 등 모든 의료진이 환자에게 칫솔질과 치간 세정, 정기적인 치과 방문에 대한 기본 조언을 건넬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반대로 치과의사 역시 치아만 보는 것이 아니라 미진단 당뇨병을 의심해 내과로 연결하는 등 전신 건강의 문지기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강 관리 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권고사항도 포함됐다. 효과적인 치태(플라크) 제거가 잇몸 건강의 핵심인 만큼 올바른 도구 선택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논문은 회전 진동식 전동 칫솔이 일반 칫솔 대비 치태 감소와 잇몸 건강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기존 체계적 문헌 고찰 결과를 인용했다. 칫솔질과 치간 세정을 보완하는 수단으로는 불화제일주석 성분이 들어간 치약의 활용을 제시했다.
글로벌 오랄케어 기업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프록터 앤드 갬블(P&G) 오랄케어는 이번 학학제 간 합의에 환영 뜻을 밝히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제품 개발과 일상 습관 개선 캠페인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국제치과연구학회(IADR) 심포지엄을 후원하며 구강과 전신 건강의 연계성을 알리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와 보건당국이 구강 건강을 비감염성 질환(NCD) 관리 전략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고 요구한다. 전 세계 약 35억 명에 달하는 구강 질환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려면 치과 전문의에게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전체 의료 체계가 함께 움직이는 학제 간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