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종류의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고령층의 다제약물 오남용 문제가 지역 돌봄 현장의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과 공공 돌봄 체계를 묶어 복약 위험을 줄이려는 실증 사업이 제주에서 시작됐다.
AI 약물안전 솔루션 ‘필톡(PillTalk)’ 개발사 피매치가 사회공헌 전문기관 CSR IMPACT와 손잡고 제주 지역 어르신들의 다제약물 복용 위험을 관리하는 현장 실증에 들어갔다. 양측은 제주사회서비스원의 공공돌봄 인프라를 활용해 ‘제주 약(約)속돌봄’ 사업을 추진한다고 9월 4일 밝혔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수록 고혈압이나 당뇨, 관절염 등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는 고령 환자가 늘어난다. 자연히 복용하는 약의 종류도 늘어나는데, 서로 다른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물이 중복되거나 함께 먹었을 때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물 상호작용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현장 돌봄 인력이 일일이 어르신의 약통을 확인하고 위험성을 판별하기에는 전문성과 시간 모두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이번 실증은 이 같은 현장의 한계를 AI 기술로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업의 첫 단추로 지난 8월 25일 제주사회서비스원 서귀포시센터 소속 생활지원사 약 60명을 대상으로 약물안전관리 현장 교육이 진행됐다. 돌봄 현장에서 어르신들의 복약 상태를 일차적으로 확인하는 생활지원사들이 솔루션과 연동된 점검 체계를 익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이번 사업은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배분사업으로 기획됐다. CSR IMPACT가 전체적인 사업 기획과 총괄 운영을 맡고, 제주사회서비스원이 현장 돌봄 인력과 대상을 연결한다. 피매치는 자사의 AI 기술을 활용해 수집된 약물 데이터를 분석하고 위험도를 판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실증에 투입되는 필톡은 분산되어 있던 개인의 복약 데이터를 한데 모아 위험 요소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다.
어르신이나 생활지원사가 처방전이나 약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시스템이 문자를 인식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의 처방 내역 데이터를 연동해 복용 중인 약물 목록을 자동 구성한다. 이어 약물 간 상호작용, 성분 중복, 연령별 주의 약물 등을 AI 알고리즘이 분석해 이해하기 쉬운 약물안전점수와 리포트 형태로 결과를 보여준다.
단순히 약을 제때 먹었는지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지금 먹고 있는 약들의 조합이 안전한지 데이터로 짚어주는 셈이다.
이번 사업은 현장의 이상 징후 포착과 디지털 기술의 데이터 분석, 실제 의료 및 돌봄 기관으로의 후속 연계를 하나의 선형 구조로 잇는 보기 드문 시도로 평가받는다.
피매치는 그동안 다양한 보건의료 데이터를 다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필톡의 데이터 가공 알고리즘을 고도화해 왔다. CSR IMPACT 역시 민간 기업과 공공 부문의 자원을 결합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공공 프로젝트를 꾸준히 전개해 온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서명지 CSR IMPACT 대표와 이형기 피매치 대표는 현장에서 어르신을 직접 살피는 관찰 체계와 AI 기술, 그리고 지자체 돌봄 망을 하나로 묶어 작동하는 통합 돌봄 모델을 이번 제주 실증을 통해 입증해 내겠다는 구상이다.
양측은 이번 서귀포 지역 생활지원사 교육을 시작으로 어르신 대상 다제약물 데이터 수집과 위험군 선별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위험군 어르신에게는 지역 약사회나 의료기관과 연계한 전문 복약 지도 및 처방 조정 지원까지 이어지도록 현장 운영 방식을 단계적으로 확립해 나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