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성과를 사업으로 발전시키려면 기술력만으로 충분할까. 기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설명하는 일부터 실제 이용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수익성을 고민하는 일까지, 창업기업들이 마주하는 과제는 다양하다.
27일 대전 KAIST KI빌딩에서 열린 ‘2026 하반기 KAIST 창업인 동반성장 FAIR’에서는 이러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기업들은 전시 부스에서 개발 중인 기술과 서비스를 소개했고, 관람객들은 활용 방법과 사업 가능성 등을 물었다. 기업 관계자들에게는 새로운 의견을 듣는 기회였고,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창업 사례를 접하는 자리였다.

지리공간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는 화이트그리드는 위성영상과 공간 정보를 분석해 지역의 사회경제적 특성을 추정하고, 공공기관의 정책 결정이나 민간기업의 입지 판단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화이트그리드 안동현 대표는 연구자로서 기술의 공익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해 왔지만, 창업을 준비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문제도 함께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사업의 수익성에 관한 질문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며, 연구와 사업의 차이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그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됐다며, 행사 운영 환경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관람객의 반응을 통해 서비스 이용자의 요구를 살펴본 기업도 있었다. 당고유니버스는 외식업 점주가 고객과 직접 관계를 맺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앱 ‘당고클럽’을 소개했다. 여러 외부 플랫폼에 의존하기보다 점주가 자신의 고객을 관리하고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당고유니버스 황현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관람객들과 대화하면서 음식점 리뷰에 대한 불신과 리뷰 이벤트에 대한 피로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용자들은 믿을 만한 맛집 정보를 원했으며, 특정 음식점을 단골 가게로 삼는 이유도 저마다 달랐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용자들이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당고유니버스 전시 부스에 관람객이 단골 가게에 대한 생각을 적은 메모가 붙어 있다. [사진=김종욱 기자]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기술의 필요성과 활용 가능성을 설명하는 대화가 이어졌다.
로봇 소프트웨어 기업 유로보틱스는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이동 경로를 계획하며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소개했다. 기존 로봇이 정해진 환경에서는 정밀하게 작업할 수 있어도 낯선 공간이나 고르지 않은 지형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유로보틱스 오민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투자 관계자와 학생들을 만나며 기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활용 가능성을 궁금해하는 반응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질문을 통해 로봇의 자율적인 이동과 환경 인식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체감했다는 설명이다.
우주항공 분야의 코스모비는 기술을 어떻게 쉽게 전달할 것인지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코스모비는 KAIST 위성전기추진연구실에서 출발한 기업으로, 위성이 우주에서 궤도를 이동하거나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전기추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날 부스에는 기술을 이해하기 쉽도록 단순화한 샘플이 마련됐다. 코스모비 관계자는 항공우주 분야뿐 아니라 생명과학 등 다른 전공의 학생들도 부스를 찾았다며, 위성 추진 기술이 생소한 관람객들에게 내용을 쉽게 설명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분야의 관람객들이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모습을 보며 전문 기술을 더욱 쉽고 친숙하게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과 기술에 대한 관심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로보틱스 전시 부스에 로봇 자율주행 기술을 위한 키트가 전시돼 있다. [사진=김종욱 기자]
코스모비 전시 부스에 위성 전기추진 장치를 단순화한 모형과 기념품이 놓여 있다. [사진=김종욱 기자]기업들이 관람객과의 소통을 통해 사업과 기술을 돌아봤다면, 관람객들은 다양한 창업 사례를 접하며 새로운 지식과 영감을 얻었다.
KAIST 대학원생 이윤정 씨는 대학원 진학 전 창업을 경험했으며, 졸업 후 다시 창업하거나 하드웨어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데 관심이 있어 행사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어가면서도 실제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분야를 알아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에서도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모델로 해결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며, 여러 창업 사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전했다.
창업에 관심이 있어 관련 행사에 꾸준히 참여한다는 KAIST 신입생 김민재 씨는 이미 많은 기술이 개발된 상황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 창업가들이 저마다 문제를 발견하고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영감과 동기부여를 얻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 수익성을 묻는 질문은 창업가에게 사업의 방향을 돌아보게 했고, 이용자의 반응은 서비스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구체화하는 계기가 됐다. 관람객들에게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기술을 알아보고 창업에 대한 생각을 넓힐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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