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이동로봇(AMR)이 눈이나 비가 오는 악천후 속에서도 장애물을 척척 피할 수 있도록 돕는 레이더 기술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연산 과부하' 문제가 국내 연구진과 중소기업의 협력으로 풀렸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미래모빌리티연구부 연구팀과 구미 소재 정밀가공 전문기업 주광정밀은 AMR용 레이더의 탐지 정밀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데이터 연산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춘 고해상도 각도 추정 기술을 공동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의 핵심은 ‘적응형 격자 세분화 초고해상도 알고리즘(Adaptive Grid-Refinement MUSIC)’이다. 기존 산업 현장과 모빌리티 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센서인 레이더는 전파를 쏘아 주변 물체의 거리나 속도, 방향을 측정한다. 카메라나 라이다(LiDAR)와 달리 어두운 야간이나 짙은 안개, 비바람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다.
문제는 센서가 받아들이는 신호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기존의 신호 처리 알고리즘들은 연산 속도가 빠른 대신 서로 가까이 붙어 있는 물체를 독립된 객체로 구분해 내지 못하는 한계가 뚜렷했다. 반대로 물리적으로 인접한 객체까지 정확하게 가려내는 초고해상도 알고리즘(MUSIC)의 경우 연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중앙 처리 장치의 성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소형 모빌리티나 로봇 시스템에서는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웠던 셈이다.
DGIST와 주광정밀 연구진은 탐지 영역 전체를 무작위로 촘촘하게 뒤지는 대신 탐색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고안해냈다.
전체 탐지 영역을 처음부터 세밀하게 스캔하지 않고, 일단 넓은 간격으로 주변 윤곽을 훑어본 뒤 물체가 존재할 확률이 높은 영역만 골라내 핀포인트로 정밀 탐색하는 구조다. 고해상도 각도 분석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복잡한 행렬 계산도 매번 반복하지 않도록 개선했다. 한 번 연산한 중간 정보값을 메모리에 남겨 재활용함으로써 소모되는 계산 리소스를 크게 줄였다.
실험실 내 모의실험과 actual 현장 환경 검증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77GHz 대역 차량용 레이더를 기반으로 진행한 테스트에서 이번 알고리즘은 기존 고해상도 방식과 거의 같은 레벨의 정확도를 유지하면서도 불필요한 탐색 연산량을 약 88%나 털어냈다. 실시간 데이터 처리 효율 면에서는 이전 대비 두 배 이상 향상된 수치를 나타냈다.
기술 상용화를 위한 산학 공동 연구 구조도 눈길을 끈다. 주광정밀 연구진은 실제 로봇 플랫폼을 제공하고 현장 필드 테스트를 맡아 실용성을 검증했다. DGIST 연구팀은 신호 처리 알고리즘의 원천 설계부터 수학적 분석, 데이터 검증 등 연구 개발 전체 과정을 총괄 지휘했다.
산학 연구진의 면면도 두텁다. DGIST에서는 김봉석·김제석 선임연구원과 최락현 선임전임연구원, 김상동 책임연구원이 핵심 개발자로 나섰고, 주광정밀 측에서는 김중태 연구소장과 김시형 연구원이 힘을 보탰다.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DGIST 연구개발사업과 국토교통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이 추진하는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결실을 맺었다.
관련 연구 결과는 국제적으로도 성과를 인정받아 학술지 ‘전기공학 및 기술 저널(Journal of Electrical Engineering & Technology)’ 9월호에 ‘차량용 레이더의 저복잡도 고해상도 도달각 추정을 위한 적응형 격자 세분화 MUSIC(Adaptive Grid-Refinement MUSIC for Low-Complexity High-Resolution DOA Estimation in Automotive Radar)’이라는 논명으로 실렸다.
소형 로봇의 자율주행 알고리즘 탑재 한계를 극복한 이번 기술은 공장 자동화 현장의 AMR은 물론, 향후 도심형 배송 로봇이나 저가형 자율주행 모빌리티 상용화를 앞당기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