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부과, 성형외과, 치과 등 메디컬 테넌트가 강남 주요 상권의 매출을 견인하며 빌딩 자산가치까지 크게 뒤흔들고 있다. 매장 수 기준으로는 전체 상권의 30%를 밑돌지만, 발생 매출 비중은 60%를 넘어서는 등 메디컬 집객 효과가 다른 상업 시설을 크게 압도하는 양상이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는 소셜 빅데이터와 카드 결제 빅데이터, 부동산 통계를 종합 분석한 ‘알던동네 다른동네 시즌4 #3 메디컬&강남편’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강남 상권 내 메디컬 업종 매출은 2025년 기준 전년 대비 80% 급증했다. 2025년 12월 기준 메디컬 매장 수는 강남 상권 전체 매장의 27% 수준에 불과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에 달했다.
강남 상권에서 발생하는 메디컬 매출 규모는 명동, 홍대, 성수, 도산공원, 한남동 등 서울 5개 주요 상권의 메디컬 매출을 모두 더한 것보다 약 1.5배 큰 수치다. 매출 상위 20개 브랜드 중 95%가 메디컬 업종으로 집계됐다. 홍대(52%)나 명동(30%)과 비교해도 강남권의 메디컬 집중도는 압도적이다.
이 같은 의료 수요 확대는 상권 전체의 공실률 감소로 이어졌다. 온라인 언급량 등 소셜 데이터가 약 2분기의 시차를 두고 실제 방문과 공간 수요로 전환되면서, 강남 상권 공실률은 2023년 4분기 약 23%에서 2026년 2분기 기준 약 13%까지 크게 낮아졌다.
메디컬 테넌트 입점은 건물 전체의 상업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강남대로에 위치한 Y빌딩의 경우 메디컬 테넌트가 들어선 이후 건물 전체 매출이 65% 증가했으며, 인근 S빌딩 역시 매출이 32%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상권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는 외국인 의료관광 수요가 꼽힌다. 2025년 방한 외국인 환자는 약 201만 명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200만 명 선을 돌파했다. 이들이 지출한 의료관광 소비금액은 약 1조7천억원으로 5년 사이에 12배가량 급증했다.
외국인 환자가 찾은 진료과목은 피부과(63%)와 성형외과(11%) 등 뷰티 관련 분야가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국적별로는 일본과 중국이 각각 30% 안팎을 기록하는 가운데 대만 비중이 2019년 0.5%에서 2025년 9.2%로 늘어나는 등 인접국 중심의 고객층 다변화가 진행 중이다. 온라인 후기와 SNS 콘텐츠에서 출발한 관심이 방문과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의료관광 여파는 숙박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숙박과 의료를 연동한 ‘메디컬 스테이’ 형태의 호텔 모델이 강남과 도심권을 중심으로 속속 등장했다. 강남의 한 호텔은 지하 1층 약 500평 공간에 의원을 유치했고, 신규 기획 단계부터 호텔과 의원을 결합하거나 기존 객실 일부를 의료·웰니스 공간으로 개조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유휴 공간을 임대수익 자산으로 바꾸는 동시에 투숙객의 F&B, 리테일, 뷰티 소비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메디컬 확산세는 성수, 도산, 한남 등 유동인구가 많은 인근 주요 상권으로 옮겨붙고 있다. 2025년 메디컬 매출은 명동에서 110%, 홍대에서 295% 증가했으며 매장 수도 각각 25%, 14% 늘어났다. 강남과 홍대, 명동이 관광 수요 중심의 검증된 시장이라면, 성수와 도산, 한남은 프리미엄 및 하이엔드 서비스를 중심 축으로 메디컬 테넌트를 수용하는 모양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리테일 임대차 그룹 총괄 윤화섭 상무는 "메디컬은 단순한 진료 공간을 넘어 상권 소비와 건물 전체 가치를 끌어올리는 핵심 업종이 됐다"며 "자산 전체의 수익 구조를 바꾸는 요소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상무는 "어디에 입점하느냐보다 어떤 수요와 만날 수 있느냐가 핵심이며, 상권 성격에 맞춘 입점 전략이 자산가치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