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나노튜브(CNT) 소재 전문기업 멕스텍이 단일벽 탄소나노튜브(SWCNT) 정제 공정에서 유해 강산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정제 기술을 확보하고 브랜드 ‘ECCO Tube’를 공식 론칭했다.
탄소나노튜브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며 배터리 양극재 도전재부터 반도체, 모빌리티 분야에 이르기까지 쓰임새가 크게 넓어지는 추세다. 특히 단일벽 탄소나노튜브는 다중벽 구조(MWCNT) 대비 전기와 열 전도성이 압도적으로 뛰어나 차세대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문제는 정제 과정이었다. 합성 직후의 탄소나노튜브에는 금속 촉매나 비정질 탄소 등 불순물이 섞여 있어 이를 제거하는 정제 단계가 필수적이다. 전통적인 산업 현장에서는 불순물을 녹여내기 위해 황산, 염산, 질산 같은 강력한 산성 화학물질을 대량으로 사용해 왔다.
강산을 사용하는 기존 방식은 안전과 환경 측면에서 상용화의 큰 걸림돌이었다. 작업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강한 산성 성분으로 인한 공장 설비 부식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대량으로 발생하는 산성 폐수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과 환경적 부담 역시 소재 기업들에게 고질적인 숙제로 작용했다.
멕스텍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의 연구개발(R&D) 협력을 통해 이 문제를 풀었다. 강산성 물질 대신 친환경·무독성 화합물을 활용해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제 공정을 개발한 것이다.
독성 물질 사용을 배제했음에도 정제 성능은 유지했다. 멕스텍 측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공정을 통해 SWCNT를 99% 이상의 고순도로 정제하는 데 성공했다. 환경적 유해 요소를 줄이면서도 첨단 산업 현장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의 품질을 확보한 셈이다.
회사 측은 확보한 기술력을 대형 국가 연구개발 프로젝트와 연결해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멕스텍은 현재 약 50억원 규모로 진행되는 산업통상자원부 R&D 과제에 참여 중이다.
해당 과제는 CNT와 고강도 아라미드 섬유를 융합한 차세대 슈퍼섬유 개발을 비롯해, CNT 소재 자체의 품질과 분산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주 목표로 삼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는 나노 입자 특성상 서로 뭉치는 성질이 강해, 이를 고르게 펴는 분산 기술이 최종 제품의 성패를 가른다. 멕스텍은 정제 기술과 분산 노하우를 동시에 고도화해 산업 적용 장벽을 낮춘다는 구상이다.
적용 영역도 단순 배터리 소재에만 머물지 않는다. 회사는 KIST, KAIST 등 국내 주요 연구기관과 손잡고 고순도 CNT 소재를 바이오메디컬 디바이스 부품과 로보틱스용 차세대 전자피부(E-skin) 센서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연하면서도 전도성이 뛰어난 SWCNT의 특성을 활용해 로봇의 손끝이나 피부에 들어가는 정밀 감지 센서 소재로 활용하려는 시도다. 사람의 피부처럼 미세한 압력과 온도를 감지해야 하는 덱스테러스 로봇핸드나 의료용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공급망 확보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멕스텍은 고순도 SWCNT의 안정적인 양산과 글로벌 유통망 확대를 위해 글로벌 SWCNT 전문 제조기업과의 합작법인(JV) 설립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중이다.
김현승 멕스텍 의장은 "이번에 론칭한 ECCO Tube를 기반으로 배터리와 모빌리티, 반도체는 물론 로보틱스 전자피부 등 미래 신산업 전반으로 고순도 CNT 적용 범위를 본격적으로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