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일손 부족 문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 로봇 기업이 국산 반도체를 탑재한 무인 농작업 로봇 개발에 직접 나선다. 피지컬 AI 전문기업 모비루스가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연구개발 과제의 주관기관으로 이름을 올리며 자율 농업 기술 내실화에 착수했다.
모비루스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이 주관하는 ‘K-온디바이스 AI반도체 기술개발 사업’의 ‘국산 온디바이스 AI반도체 기반 무인 농작업 로봇 기술 개발’ 과제에서 3세부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과제 수주를 통해 고신뢰성·저전력 컴퓨팅 환경을 구현하고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무인 농작업 소프트웨어 스택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3세부 과제는 총 연구개발비 87억8000만원 규모로 조성됐다. 이 가운데 정부 지원 연구개발비는 66억원이다. 컨소시엄은 각 분야 전문성을 가진 기업과 기관으로 구성됐다. 모비루스가 AI 기반 무인 농작업 솔루션 개발을 총괄하는 가운데 대동애그테크가 농업용 로봇 AI 모델 개발을 맡는다. 슈어소프트테크는 구축된 AI 모델의 신뢰성 검증을 담당하며 서울대학교는 실제 농가 현장에 적용할 운영 시나리오 개발과 실증 작업을 수행한다.
이번에 추진되는 무인 농작업 로봇 개발 사업은 2026년 7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약 431억원 규모로 진행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총 14개 산학연 기관이 참여해 국산 AI반도체, 무인 로봇 플랫폼, 자율 농작업 AI 솔루션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한다. 최종적으로는 농가의 핵심 업무인 방제, 수확, 운반, 예찰 등 주요 작업 전반의 무인화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과제 전체 총괄은 대동이 맡았으며 개발 구조는 로봇 플랫폼, AI반도체, 자율 농작업 AI 등 세 개 축으로 나뉜다. 1세부에서는 대동로보틱스가 무인 정밀 농작업 로봇 플랫폼과 모듈형 작업장치를 제작한다. 2세부는 모빌린트와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이 담당하며, 야외 농업 환경 특성에 맞춘 전용 AI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을 구축한다.
모비루스가 이끄는 3세부 과제는 개발된 국산 AI반도체를 로봇 기체에 직접 탑재해 안정적으로 구동하는 데 집중한다. 핵심은 외부 통신망이나 클라우드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로봇 자체에서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온디바이스(On-device)' 방식의 구현이다.
농경지는 통신 환경이 불안정하거나 기상 변화가 심해 외부 서버 연결에 시차가 발생할 경우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로봇에 탑재된 카메라와 센서가 주행 경로, 작물 상태, 돌발 장애물 데이터를 수집하면 온디바이스 컴퓨팅 플랫폼이 즉시 판단을 내리고 작업 동작을 제어하도록 설계한다. 이를 수행할 핵심 반도체 시스템온칩(SoC) 역시 로봇 내부에서 자율주행과 작물 인식, 장애물 회피 기능을 동시에 구동할 수 있도록 개발된다.
기술 개발 타임라인은 단계별로 나뉜다.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 동안 핵심 기술 확보와 함께 초기 시제품 제작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후 2029년부터 2030년까지 2년간은 실제 농가 현장에 로봇을 직접 투입해 다양한 기상 조건과 작물 재배 환경에서 자율 농작업 성능을 검증하는 실증 단계를 거친다.
이번 과제의 상위 사업인 ‘K-온디바이스 AI반도체 기술개발 사업’은 국가 차원의 대형 R&D 프로젝트다. 자동차, IoT·가전, 기계·로봇, 방산 등 국내 4대 주력 산업에 필요한 AI반도체와 관련 모듈, 구동 소프트웨어를 일체형으로 개발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총 8002억원을 투입해 산업별 수요기업에 맞춘 AI 칩 10종을 개발·생산하고, 이를 완제품에 직접 탑재해 실증하는 전 과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글로벌 로봇 시장과 농업 테크 분야에서는 해외산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의존도를 낮추는 기술 자립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반도체부터 로봇 기체, 제어 AI에 이르는 전 과정을 국산 기술로 내재화하려는 시도가 실제 농가 상용화로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