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년간 연구실에 갇혀 있던 기술이 바다 위로 나갈 채비를 마쳤다. 해양수산부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이 ‘해양수산 AI 응용제품 신속상용화 지원사업’에 참여할 최종 20개 과제를 확정하고 본격적인 사업화 단계에 들어갔다.
총사업비 400억원 규모가 투입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 정부 연구개발(R&D)과 사업 추진 방식이 다르다. 수년간 논문을 써내고 원천기술을 축적하는 오랜 방식을 버렸다. 시장에서 곧바로 쓰일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제품과 서비스를 짧게는 12개월, 길어야 18개월 안에 상용화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R&D 성과가 현장에서 쓰이지 못하고 겉도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뚫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사업 공모 단계부터 현장 기업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지난 3월 진행된 공모에 총 147개 기업이 몰리면서 평균 7.3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심사위원단이 기술 고도화 가능성과 실제 시장에서의 사업화 기회 등을 꼼꼼히 따져 최종 지원 대상을 가려냈다.
지원은 7개 축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해양공학 및 해양자원, 해양환경 및 관측예보, 해양·항만물류, 해양안전 및 교통, 수산양식, 어업 생산·가공, 해양수산 바이오 분야가 포함됐다.
현장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기술들이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해양 상황인식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현장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스마트글라스, 무인 컨테이너 크레인의 핵심 구동부를 스스로 진단하고 예측하는 항만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바다 위를 누비는 AI 수상드론과 수온 및 먹이 공급을 자동 제어하는 양식장 시스템, 유해 생물인 해파리 폴립을 관리하고 활용하는 플랫폼도 개발 과제로 낙점됐다.
그동안 해양수산 현장은 구조적인 난제에 시달려 왔다. 선원과 어업 인구의 빠른 고령화, 위험 요소가 도사리는 거친 작업 환경, 거대 항만의 운영 효율화 문제는 더 이상 사람의 노동력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해양수산 산업 전반에서 인공지능 전환(AX) 기술을 이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배경이다.
지원 기관은 단순 지원금 전달에 그치지 않고 밀착 케어에 나선다. 진흥원은 선정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모델(BM) 고도화와 기술·사업화 컨설팅을 제공한다. 초기 기업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투자유치(IR) 기회를 열어주고 국내외 판로 개척과 홍보도 측면 지원한다. 기술 개발이 끝난 뒤 제품이 시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멈춰 서는 일을 막기 위한 장치다.
개발 기간이 최대 18개월로 짧은 만큼 기술의 완결성보다 빠른 현장 검증과 시장 안착이 이번 사업의 진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품이 실제 현장에 적용되어 매출이나 비용 절감이라는 수치로 이어지는지가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를 핵심 지표다.
전재우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원장은 "유망 AI 기업의 혁신적인 기술 개발과 신속한 사업화를 지원해 해양수산 분야의 AI 전환을 이끌어내겠다"며 "참여 기업들과 협력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제품이 빠르게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진흥원은 최종 선정된 20개 과제 수행 기관을 대상으로 사업 추진 방향과 성과 관리 체계를 공유하는 설명회를 연 뒤 본격적인 기술 고도화 및 실증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