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중소도시들이 인구 유출과 도심 노후화라는 공통의 숙제를 안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가운데, 공동주택의 전 생애주기 관리 이력을 데이터화해 주거 자산의 가치를 지키려는 시도가 본격화된다.
데이터 기반 자산관리 스타트업 환해는 준공 이후 공동주택의 점검과 유지관리 이력을 디지털화하는 'HAD(Hwanhae Asset Data) 디지털 주거이력 시스템'을 앞세워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신규 도시개발사업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고 16일 밝혔다.
그동안 아파트나 빌딩의 관리는 관리사무소의 수기 대장이나 파편화된 영수증, 단순 문서철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건물이 나이를 먹으면서 어떤 배관을 언제 교체했는지, 누수나 방수 공사는 제때 이뤄졌는지 등의 핵심 이력을 체계적으로 확인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환해는 주택도 자동차처럼 소모품 교체 주기나 정비 이력을 투명하게 기록해 자산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회사가 첫 실증 무대로 공략하는 곳은 경북 문경시 영순면 포내리 일원에서 추진 중인 포내지구 도시개발사업이다. 이 사업은 문경시가 정주 인구 유출을 막고 양질의 주거 공간을 확충하기 위해 추진하는 지역 혁신 주거단지 조성 프로젝트로, 약 800세대 규모의 신규 공동주택 건설을 포함하고 있다.
환해가 제안한 HAD 시스템은 이 800세대 단지의 설계 및 준공 단계부터 이식된다. 입주자가 살아가면서 겪는 세대 내 점검, 크고 작은 하자 처리 기록, 정기적인 위생 및 환경 관리 이력 등이 플랫폼 내에 표준화된 데이터로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시스템의 핵심 축 중 하나는 자체 인증 제도인 'HADC(Hwanhae Asset Data Certification)'다. 단순히 기록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체계적으로 관리되어 일정 기준을 만족한 주거 공간에 환해가 보증하는 자산인증 마크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무사고 이력 차량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것처럼, 아파트를 사고팔거나 전세를 놓을 때도 이 HADC 인증이 집값과 주거 가치를 지키는 객관적인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이수민 환해 대표이사는 "지방 중소도시의 신규 공동주택이 대도시 대단지 아파트와의 분양 경쟁에서 살아남고 장기적인 자산 가치를 유지하려면 입주 이후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지방 소멸 위기 대응과 맞물려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신규 주거단지 사업에 이 자산관리 체계를 접목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이번 문경 포내지구 제안을 시작으로 국내 주요 지자체 및 민간 도시개발사업으로 솔루션 적용 영역을 대대적으로 넓힐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주거 이력 관리 개념이 이미 정착 단계에 접어든 일본이나 자산 관리 인프라 수요가 높은 싱가포르 등 글로벌 시장으로의 영토 확장도 꾀하고 있다.
새집을 짓는 데 급급했던 기존 공급 중심의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 지어진 이후의 가치를 데이터로 보존하는 관리형 플랫폼이 지방 도시개발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시장의 눈길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