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 차원의 인공지능(AI) 생산성은 대폭 올랐지만 정작 기업 조직의 성과나 결과물의 품질 향상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AI 활용이 팀 단위의 협업이 아닌 개인 단독 작업에 갇혀 있는 데다, 정보 사일로와 거버넌스 부재가 전사적 성과 확장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AI 기반 협업 플랫폼 기업 미로(Miro)는 전 세계 리더와 근로자 9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연구 보고서 ‘지능형 협업 현황(The State of Intelligent Collaboration)’을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3%가 AI 도입으로 직장에서의 개인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느꼈으며, 73%는 결과물 산출 속도가 빨라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 속도 향상이 실제 업무 결과물의 품질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답한 비율은 56%에 그쳤다. 과반수의 응답자는 AI가 의사결정(52%)이나 팀 간 협업(60%) 자체를 개선하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심지어 10명 중 1명은 AI 사용 이후 의사결정의 질이 오히려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개인의 생산성 증가가 조직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 원인으로는 파편화된 도구와 정보 사일로가 꼽혔다. 응답자의 69%는 AI를 활용한 업무 대부분이 팀 공유 공간이 아닌 개인 세션에서 이뤄진다고 답했다.
기업의 49%는 정보 사일로 현상 때문에 직원들이 전사적 업무 맥락(Context)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영진과 리더의 40% 역시 사내 AI 활용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58%는 통합 거버넌스 부재에 따른 규정 준수와 보안 문제를 우려했다. 개인 단위의 단독(Single-player) AI 활용 방식에 머물러 있는 기업 문화가 한계로 작용한 셈이다.
워크플로의 본질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AI 도입만 늘어나다 보니 근로자 개인이 떠안는 인지적 피로감도 가중되고 있다. 직원의 59%는 검토해야 할 AI 생성물의 양이 늘었다고 답했다. 특히 55%는 불필요한 재작업과 추가 검토를 유발하는 저품질 AI 생성물, 이른바 ‘AI 슬롭(AI Slop)’의 증가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잦은 업무 맥락 전환(Context Switching)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44%에 달했다.
협업 문화의 약화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응답자의 44%는 AI 사용으로 협업 문화가 쇠퇴할 것을 우려했으며, 20%는 업무 과정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60%는 AI 도입에 따른 역할 경계의 모호함을, 47%는 유사 직무 통합에 따른 고용 불안을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데이브 로스 미로 제품 에반젤리스트 총괄은 “현장에서 고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개인 차원의 AI 생산성은 분명히 높아졌지만, 이 성과를 조직 전체로 확장하는 데서 큰 병목을 겪고 있다”며 “실행 속도가 빨라진 것은 긍정적이나 진정한 문제는 의사결정 과정과 그 결정의 질에서 발생한다”고 짚었다.
로스 총괄은 “단절된 개인용 도구가 아닌, AI와 사람이 한 공간에 모여 실시간으로 협업하고 중대한 비즈니스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통합 협업 환경이 절실해진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리더들도 파편화된 도구를 통합하고 데이터를 연결하는 대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시장조자기관 가트너가 ‘AI 워크허브(AI workhubs)’로 정의한 이 같은 솔루션에 대해, 이번 조사 대상 기업 의사결정권자의 3분의 2가 12개월 이내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팀원과 AI 에이전트가 완전한 비즈니스 맥락과 거버넌스 아래서 함께 일할 수 있는 공통 공간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