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G 시대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통신·센싱 융합(ISAC)’ 기술이 실제 대규모 인파가 몰린 현장에서 시험대를 거쳤다. 연구실 내부 시험을 넘어 수만 명이 모인 해외 스포츠 이벤트 현장에서 AI와 통신망을 결합한 공간 감지 성능을 증명한 사례다.
삼성전자는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업자 버라이즌과 함께 가상화 네트워크 솔루션을 활용해 ISAC 기술의 현장 실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실증은 지난 7월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현장에서 진행됐다.
ISAC(Integrated Sensing and Communication)은 기존 무선 통신 기지국과 네트워크 인프라를 일종의 고정밀 레이더나 센서처럼 사용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통신 장비가 주고받는 무선 신호가 주변 사물이나 사람에 맞고 튕겨 나오는 반사파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대상의 위치와 이동 속도, 방향을 정밀하게 측정한다.
별도의 CCTV나 레이더, 센서 장비를 추가로 설치하지 않고도 기존 통신망만으로 사각지대를 감지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빛이 전혀 없는 야간이나 악천후, 카메라 시야가 가려지는 밀폐 공간에서도 사물과 인파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어 기대를 모아왔다.
양사는 관람객이 밀집한 텍사스 경기장 주변 환경에서 사람들의 동선과 밀집도를 무선 신호 반사파로 포착했다. 수집된 신호 정보는 AI 알고리즘을 거쳐 데이터 강도와 밀집 상황을 색상으로 나타내는 히트맵(Heatmap) 형태로 실시간 시각화됐다.
현장 안전 관리 측면에서 활용 가능성이 확인됐다. 대형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처럼 순식간에 인파가 몰리는 현장에서 특정 구역의 병목 현상이나 압사 위험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다. 주최 측이나 지자체는 히트맵 정보를 바탕으로 안내 요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거나 출입을 통제할 수 있다. 현장을 찾은 관람객에게도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사람이 덜 붐비는 이동 통로나 화장실, 매점 등 편의시설 위치를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식이다.
이번 실증의 기반이 된 것은 삼성전자의 AI 무선망(AI RAN) 솔루션인 ‘NIS(Network Intelligence Solution)’다. NIS는 기지국과 코어망 등 핵심 네트워크 기능을 소프트웨어 형태로 구현한 가상화 기지국(vRAN) 솔루션에 AI를 결합한 플랫폼이다. CPU와 GPU 등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통신 인프라에 통합해 네트워크 최전선인 엣지 단에서 AI 연산을 곧바로 처리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분리된 가상화 구조 덕분에 기지국 장비를 교체하거나 대규모 하드웨어를 증설하지 않고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ISAC 같은 최신 6G 후보 기술을 기존 망에 빠르게 이식할 수 있었다.
이동통신업계는 통신사들이 5G 투자 대비 수익화에 어려움을 겪어온 만큼, 통신망 자체가 데이터를 수집·판매하거나 안전 인프라로 기능하는 ISAC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 데이터 송수신을 넘어 네트워크 자체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환점이 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버라이즌은 이번 실증을 통해 6G 상용화의 걸림돌로 지목돼 온 데이터 처리 지연과 현장 신호 간섭 문제를 다각도로 검증했다. 양사는 가상화 네트워크와 AI의 결합을 지속 추진해 6G 기술 주도권을 확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