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툰 제작 현장에서 길게는 수십 편, 수백 화에 이르는 연재 분량을 다루는 창작팀의 가장 큰 고충은 공정 관리다. 스토리 기획부터 콘티, 선화, 채색, 보정, 식자에 이르기까지 최소 5개 이상의 세부 과정을 거치는데, 각 단계마다 작업 파일이 메시지 앱과 이메일, 클라우드 저장소로 사분오열되기 일쑤다.
피드백이 수정본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확인하거나 이전 작업 버전을 다시 찾아보려면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소모된다. 다수의 제작 스튜디오가 시스템이 아닌 개별 관리자의 숙련도에 의존해 현장을 유지해 온 이유다.
웹툰 전문 제작사 넥스트레벨스튜디오가 이러한 현장 난제를 풀기 위해 자체 개발한 웹툰 전문 협업 플랫폼 ‘크레코(CRECO)’를 9월 1일 정식 출시했다.
넥스트레벨스튜디오는 지난 3년 동안 크레코의 기초 시스템을 다진 뒤 주요 웹툰 스튜디오들과 클로즈드 베타 테스트(CBT)를 진행하며 실무 환경을 검증했다. 현장 피드백을 반영해 기능을 고도화한 뒤 이번에 국내 모든 웹툰 스튜디오와 개인 창작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오픈형 서비스로 전환했다.
크레코는 웹툰 제작의 독특한 흐름을 데이터 구조로 식별해 반영했다. 전체 프로젝트 아래 에피소드(화), 세부 공정, 작업 버전, 최종 결과물로 이어지는 계층 구조를 하나의 워크스페이스 안에 묶어냈다.
작업자는 플랫폼 내에서 클릭 한 번으로 이전 기록을 보존한 채 새로운 버전을 생성할 수 있다. 수정이 이뤄질 때마다 최신 파일 링크가 실시간으로 공유돼 팀원들이 파일명을 일일이 수정하며 전달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원고 검수 방식도 웹툰 환경에 특화했다. 스크롤 형태로 원고를 내려보는 전용 웹툰 뷰어 상에서 곧바로 피드백을 남길 수 있다. 이미지 특정 위치에 수정 요청을 찍어 남기면 담당 작업자에게 즉시 전달되는 구조다. 이전 버전과 현재 버전을 한눈에 대조하는 공정별 결과물 비교 모드도 지원한다.
제작 보안과 이력 관리 관리 기능도 갖췄다. 팀원별로 액세스 권한을 세분화해 외부 외주 작업자에게는 필요한 공정 파일만 접근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작업물이 언제 수정되고 다운로드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활동 로그 기능도 들어갔다.
베타 테스트 기간 동안 국내 유망 웹툰 제작사들이 대거 플랫폼을 거쳤다. 레드아이스스튜디오를 비롯해 엑스텐스튜디오, 더앤트, 스토리숲, 북팔 등이 실제 연재 및 제작 프로젝트에 크레코를 적용해 파이프라인을 점검했다. 실무 현장에서 검수 시간 단축과 파일 분실 방지 효과가 확인되면서 정식 오픈 전부터 입소문을 탔다.
박성인 넥스트레벨스튜디오 대표이사는 "크레코는 단순히 파일을 주고받는 도구를 넘어 분산된 제작 공정을 하나로 잇는 워크스페이스"라며 "국내 웹툰 협업 환경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글로벌 창작자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제작 생태계로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향후 웹툰에 국한하지 않고 웹소설, 출판만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스토리 IP 제작 영역으로 플랫폼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웹툰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여전히 개별 작업 방식이 주를 이루는 일본 시장을 우선 타깃으로 정해 현지 스튜디오 공급망을 확보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