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도입이 단순 PoC(실증) 단계를 넘어 실제 업무와 서비스에 적용되면서 클라우드 인프라와 보안 체계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대규모 연산 처리에 쏠려 있던 기존 클라우드 구조로는 실시간 추론과 급증하는 API 트래픽, 에이전트형 AI 확산에 따른 보안 위협을 제대로 받아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아카마이코리아는 22일 서울 역삼동 한국지사에서 '2026 아카마이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AI 시대를 겨냥한 분산 클라우드 및 다층 보안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경준 대표를 비롯해 한준형 시니어 솔루션 엔지니어링 매니저(상무), 강상진 수석 기술 솔루션 아키텍트(상무)가 참석해 국내 AI 전환(AX) 시장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이경준 대표는 "과거에는 AI를 어떻게 도입할지가 화두였다면 이제는 실제 서비스로 구현하고 안정적으로 제어·보호하는 단계로 이동했다"며 "AI가 사람을 보조하는 수준을 지나 스스로 판단·실행하는 에이전트로 발전함에 따라 IT 인프라 역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고 현 시장 상황을 짚었다.
회사가 내놓은 핵심 구상은 연산 위치를 코어 클라우드, 리저널 클라우드, 엣지로 나누어 처리하는 분산형 AI 인프라 모델이다. 학습이나 대용량 데이터 분석 같은 무거운 연산은 코어에서 맡고, 데이터 레지던시나 규제 응답이 중요한 작업은 지역별 리저널에 둔다. 사용자와 접점에 위치한 실시간 AI 추론과 초저지연 응답은 엣지 네트워크에서 소화하는 구조다.
아카마이는 현재 전 세계 130개 이상 국가, 700개 도시에서 4300개 이상의 엣지 PoP(Point of Presence)과 1000Tbps 이상의 글로벌 네트워크 용량을 갖추고 있다. 모든 엣지 노드에 고비용 GPU를 물리적으로 장착하는 대신, 사용자 요청을 가장 가까운 엣지에서 수용하고 이를 최적의 GPU 데이터센터로 라우팅한 뒤 결과만 신속히 되돌려주는 방식을 취했다. 연산 인프라와 네트워크 전달 레이어를 분리해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린 셈이다.
보안 측면에서는 '이미 내부 시스템이 침해됐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다층 방어 체계를 내세웠다. 한준형 상무는 "에이전틱 AI 시대에는 머신 스피드(기계의 처리 속도) 수준으로 공격과 방어가 일어난다"며 "정상 통신으로 위장한 API 남용이나 임직원의 AI 도구 사용 과정에서 생기는 정보 유출 등 새로운 공격 표면이 급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막기 위해 웹 애플리케이션 보안과 봇 방어, API 모니터링, 마이크로세그멘테이션을 하나로 묶었다. 임직원의 무분별한 AI 서비스 이용과 데이터 노출을 통제하는 '워크포스 프로텍터', RAG(검색증강생성) 및 API 환경의 취약점을 식별하는 'API 시큐리티'가 전면에 배치된다. 외곽이 뚫리더라도 내부 자산 간 이동을 즉시 격리하는 '가디코어 세그멘테이션'으로 피해 확산을 봉쇄한다.
고성능 자원 공급도 확대한다. 현재 운영 중인 엔비디아 RTX 계열 GPU 인스턴스는 추론 최적화 및 경량 학습에 쓰이고 있으며, 기업 수요 증가에 맞춰 내년 초 상위급 학습용 GPU 모델까지 라인업을 넓힐 계획이다.
엔비디아와 손잡고 구축 중인 'AI 그리드 오케스트레이션'도 눈길을 끈다. 글로벌 전역에 흩어진 GPU 자원을 하나의 논리적 네트워크로 묶어 연동하는 기술이다. 사용자의 물리적 위치와 실시간 GPU 가용 자원을 계산해 최적의 인프라로 워크로드를 할당하고, 가디코어 세그멘테이션을 결합해 분산 환경 전반의 보안을 통제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지난 2008년 한국 법인을 설립한 이후 올해로 18년째 국내 사업을 이어오는 아카마이는 현재 전 산업군에 걸쳐 282개 고객사와 64개 파트너 생태계를 확보하고 있다. 분산형 인프라와 보안 기술의 결합을 앞세워 고도화되는 국내 AI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