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 업계에서 인공지능 전환(AX)은 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다. 거대언어모델(LLM)을 어떻게 현업에 녹여내고 이를 조직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이론적인 설명보다 실제 현장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구체적인 수치가 담긴 실전 경험에 갈증을 느끼는 창업가들이 늘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이러한 시장의 필요에 답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코스포는 16일 서울 강남구 마루180 이벤트홀에서 회원사 대상 프로그램 ‘더 인사이트(The Insight) 클로드편’을 열고 스타트업의 실질적인 AI 도입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장에는 스타트업 생태계 관계자와 회원사 대표 등 50여 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배민스타트업스퀘어와 모모스커피가 이번 행사를 후원하며 힘을 보탰다.
이번 행사는 지난 3월 코스포가 글로벌 AI 기업 앤트로픽과 손잡고 진행한 회원사 지원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됐다. 당시 포럼은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앤트로픽의 생성형 AI인 클로드를 사용할 수 있는 1만 달러 상당의 이용 크레딧을 지원했다. 기술적 기반은 마련해 줬으니 이후 각 기업이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결과물을 냈고, 어떤 문제를 겪었는지 날것 그대로의 사례를 공유하자는 취지다.
발표자로 나선 창업가들은 단순히 AI를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조직 내에서 AI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희범 메디스트림 대표이사는 전 직원에게 AI 작업 도구를 동시에 배포하고 현업에 적용했던 생생한 경험을 공유했다. 정 대표는 "단순히 임직원들이 AI를 얼마나 자주 썼는지 같은 사용량은 본질적인 지표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기존에 매일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했던 업무가 AI 도입 이후 실제로 얼마나 사라졌는지, 즉 단축된 시간을 핵심 지표로 삼아야 실질적인 AX가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신기술을 신기해하며 써보는 단계를 넘어, 실제 업무 공수를 덜어내는 실용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I 기술을 다루는 딥테크 기업의 시선도 공유됐다. 정영현 코르카 대표이사는 AI 도입이 단순히 개개인의 업무 편의를 높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개인이 획득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노하우나 업무 자동화 경험이 조직 전체의 지식으로 축적되고 시스템화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가른다는 분석이다.
제조 및 서비스 현장에서 AI를 접목하며 겪은 현실적인 목소리도 이어졌다. 진현석 수퍼빈 이사와 김광범 모두의AI 대표이사는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기보다 사람의 역량을 확장하는 도구라는 점에 주목했다. 두 사람은 현업 비즈니스를 완벽히 이해하면서도 AI 툴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실무 최적화 인재'의 필요성을 공통적으로 제기했다. 현장 감각이 없는 상태에서 기술만 도입하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앤트로픽 크레딧을 활용해 뛰어난 업무 효율화 성과를 낸 우수사례 기업에 대한 시상식도 함께 진행됐다. 다각도의 평가를 거쳐 코르카와 팝콘사 등이 최종 선정됐다. 이들은 클로드 모델을 단순한 챗봇 활용을 넘어 자사 서비스의 백엔드 시스템과 내부 워크플로우에 깊숙이 연동해 비용 절감과 서비스 고도화를 동시에 달성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코스포는 이번 행사에서 나온 스타트업들의 실전 AX 사례와 프롬프트 활용 가이드 등을 취합해 향후 회원사 전체에 공유할 수 있는 자산으로 축적할 계획이다. 빅테크 중심의 기술 공급 구도 속에서 실제 초기 기업들이 겪는 비용 부담과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AI 플레이어들과의 추가적인 크레딧 지원 및 기술 파트너십 연계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