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지 수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단순 기부나 일회성 봉사활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지속 가능하면서도 기업의 실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상생 모델을 찾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사와 소셜 벤처가 손잡고 장애인 고용과 전문 교육, 기업 브랜드 콘텐츠 제작을 하나로 묶어 5년간 꾸니 이어온 협업 성과를 내놨다.
콘텐츠 기반 소셜 스타트업 키뮤스튜디오는 유진투자증권과 지난 2021년 9월 ESG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후 약 5년간 이어온 상생 협력 성과를 공개했다.
두 회사의 협력은 일회성 후원이 아닌 발달장애인의 실질적인 자립을 돕는 채용에서 출발했다. 유진투자증권은 파트너십 체결 직후인 2021년 9월부터 발달장애인 인재 9명을 직접 채용해 고용 안정성을 제공했다. 키뮤스튜디오는 채용된 인재들이 프로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맡았다.
단순 보조 업무에 배치하는 기존 장애인 고용 틀에서 벗어나 개인별 특성에 맞춘 전문 디자인 교육을 기획했다. 지난 5년간 디자이너 1인당 연평균 156시간에 달하는 집중 교육이 이뤄졌다. 디자인 툴 사용법부터 시작해 기획과 표현 기법을 아우르는 커리큘럼이다.
트레이닝은 단순 교육에 머물지 않고 실제 증권사 금융 비즈니스 현장에 쓰이는 실무 프로젝트로 연결됐다. 교육을 거친 발달장애인 디자이너들이 직접 그린 원화는 키뮤스튜디오의 고도화 작업을 거쳐 유진투자증권의 브랜드 자산으로 탈바꿈했다.
실제 이들이 제작한 아트워크는 유진투자증권 사내 PC와 모바일 배경화면으로 매년 12종씩 제작되어 전 임직원에게 공급됐다. 매달 새로운 디자인으로 소통하는 사내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디자인 영역은 점차 넓어졌다. 유진투자증권 본사 사옥의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에 상영되는 영상 콘텐츠를 비롯해 회사를 대표하는 브랜드 캐릭터와 고객 증정용 굿즈 제작에도 이들의 손길이 닿았다.
기업의 마케팅 활동과 연계한 구체적인 성과물도 쌓였다.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은 골프 마케팅을 겨냥해 지난 2022년에는 독창적인 골프 캐릭터 4종과 맞춤형 아트워크를 개발했다. 이를 활용해 실제 필드와 일상에서 쓸 수 있는 골프 굿즈 3종을 제작해 선보였다. 금융사 특유의 딱딱한 이미지를 발달장애인 디자이너 특유의 따뜻하고 개성 있는 시선으로 풀어내 고객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단순히 디자인 결과물을 납품받는 관계를 넘어 유진투자증권 임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사내 안팎의 공감대도 넓혔다. 양사는 연간 6회 규모로 임직원 참여형 ESG 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했다. 장애인 디자이너와 비장애인 직원이 콘텐츠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기업 내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소셜 벤처가 가진 디자인 교육 및 크리에이티브 역량과 금융기관의 고용 인프라가 맞물려 시너지를 낸 이번 사례는 지표 위주의 ESG 평가에 지친 학계와 업계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는다. 단순 고용 의무 부담금을 줄이기 위한 편법 대신, 기업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재를 키워내 마케팅 자산으로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남장원 키뮤스튜디오 대표이사는 "이번에 공개한 성과는 기업의 진정성 있는 ESG 경영 의지와 발달장애인 디자이너들이 가진 독창적인 전문성이 결합했을 때 단순한 사회 공헌을 넘어 얼마나 강력한 비즈니스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증명한 뜻깊은 이정표"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기업들과 함께 장애인 가치를 세상에 알리고 지속 가능한 상생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