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세플라스틱 측정과 저감을 전문으로 하는 딥테크 기업 디컴포지션이 플라스틱 분해효소를 활용해 미세·나노플라스틱을 정량하는 새로운 형광 분석법을 개발했다. 회사 측은 이번 연구 결과가 분석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탈란타(Talanta)'에 게재됐다고 13일 밝혔다.
엘스비어(Elsevier)가 발행하는 탈란타는 1958년 창간된 분석화학 분야 저널이다. 디컴포지션은 이번 논문 게재로 자체 개발한 분석 기술의 우수성과 신뢰성을 학계에서 인정받게 됐다.
공개된 논문 제목은 '효소 기반 미세·나노플라스틱 형광 정량법(Enzyme-driven fluorescence quantification of micro and nanoplastics)'이다. 연구는 디컴포지션 미세플라스틱연구소 주도로 진행됐다. 정혜민 연구원이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최명현 디컴포지션 대표와 한동대학교 김아람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최근 미세플라스틱은 입자 크기가 작을수록 생체에 쉽게 흡수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1μm 이하 나노플라스틱의 위해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존 분석 방식은 장비가 비싸고 시료 전처리가 복잡했다. 무엇보다 필터 한계와 장비 해상도 문제 때문에 나노 단위 입자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 한계를 효소 반응으로 돌파했다. 플라스틱 분해효소가 표적 물질을 분해할 때 나오는 생성물을 형광 물질로 변환한 뒤 형광 세기를 측정해 농도를 역산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눈으로 입자 하나하나를 관찰하거나 걸러내는 것이 아니라 화학적 분해 산물을 측정하기 때문에 입자 크기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효소가 특정 화학 구조만 인식하는 특성을 활용해 여러 물질이 섞여 있는 시료에서도 표적 플라스틱만 정확하게 골라낼 수 있다. 이러한 선택성은 50nm 크기의 극미세 입자에서도 유지됐다. 연구팀은 세계적으로 쓰임새가 가장 많은 폴리에스터 계열 플라스틱을 대표 모델로 선정해 성능을 검증했다. 적용하는 효소 종류를 바꾸면 다른 플라스틱으로도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다.
실험 결과 연구팀은 200nm 크기의 나노플라스틱까지 정량하는 데 성공했다. 효소 반응과 형광 생성을 하나의 용기에서 처리하는 원팟(one-pot) 방식을 적용해 여과나 원심분리 단계도 없앴다. 기존 대비 감도는 두 배 가까이 높였다. 일반 마이크로플레이트 리더로 다량의 시료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어 고가의 전문 분석 장비가 없는 실험실에서도 곧바로 활용이 가능하다.
정확도 면에서도 기존 방식을 앞섰다. 미세플라스틱 기준값과의 일치도가 92%로 집계돼 기존 표준 분석법인 적외선 분광법(83%)보다 높게 나타났다. 기존 분광법으로는 사실상 측정이 불가능했던 나노플라스틱 영역에서는 열분해 질량분석법과 대등한 수준의 측정력을 보였다. 시판 생수와 식품용기를 대상으로 한 실제 실험에서도 고온 조건에서 용출되는 나노플라스틱 신호를 정밀하게 잡아냈다.
디컴포지션은 해당 기술을 적용한 미세·나노플라스틱 정량 검출 키트를 이미 상용화해 유럽 주요 수처리 기업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이번 학술지 게재를 통해 현장에서 쓰이던 기술의 과학적 근거를 한층 더 견고히 다지게 됐다.
자체 미세플라스틱 검출 플랫폼인 '5mmTest' 운영도 병행 중이다. 일반 소비자가 가정 내 식수나 생활환경 속 미세플라스틱 검출을 의뢰할 수 있는 서비스로, 기업과 기관을 위한 전문 분석 서비스도 제공한다. 진입 장벽이 높았던 미세플라스틱 분석 분야의 문턱을 일상 수준으로 낮췄다는 평가다.
회사 측은 이번 기술을 혈액이나 체액 등 인체 시료 분석에 적용하기 위한 검사 키트 개발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사람의 혈액과 장기 내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를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는 도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환경 진단 영역을 넘어 인체 건강 분야까지 기술 활용 범위를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