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연간 투자 규모가 3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정부가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잇는 투자 무대를 더 넓히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26일 서울 스타트업·벤처 캠퍼스에서 2026년 2분기 CVC 협의회와 CVC 링크데이를 열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계열 CVC들이 한자리에 모여 투자 전략을 공유하고 유망 스타트업과 만나는 자리다.
현장에서 공개된 수치가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CVC 투자액은 약 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CVC 투자 실적을 따로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전체 벤처투자액 중 CVC가 차지하는 비중도 21.3%까지 올라왔다. 벤처투자 시장 다섯 곳 중 한 곳은 대기업 자본이 흘러 들어간 셈이다.
자금 경색을 겪는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CVC의 부상을 반기는 기류가 역력하다. 재무적 투자(FI) 중심의 일반 VC와 달리 CVC는 모기업과의 사업 협력이나 납품, 나아가 인수합병(M&A)까지 염두에 두고 자금을 집행하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장 뒤편에 마련된 미팅 부스에서도 기술 제휴 가능성을 타진하는 대화가 오갔다.
정부는 이 같은 흐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 중 바이오와 방산, 뷰티 등 한국의 주요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전략산업 오픈이노베이션 펀드’ 조성을 추진한다. 대기업의 인프라와 스타트업의 신기술이 결합하는 프로젝트에 정책 자금을 우선 매칭하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행사에 참석한 한 뷰티 분야 스타트업 대표는 "초기 검증을 끝낸 기술이 있어도 중견·대기업의 유통망이나 제조 라인에 태우기가 가장 어려웠다"며 "정부가 오픈이노베이션 전용 펀드를 만들면 대기업들도 스타트업과의 협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 같다"고 말했다.
CVC 업계 내부에서는 운용 자율성을 더 높여달라는 제언도 나왔다.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해외 투자나 내부 내부 거래 제한 등에서 손발이 묶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은 한국 벤처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CVC가 민간 자본의 유입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전용 펀드 조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