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화장품 제조와 판매에 집중되어 있던 K-뷰티 산업의 판을 흔든다. 인공지능(AI) 기술과 데이터, 디지털 디바이스를 결합한 맞춤형 서비스로 영역을 넓히는 한편,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메디컬 뷰티 서비스의 해외 진출을 전방위로 지원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는 14일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서비스산업발전 TF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AI·융복합 K-뷰티 서비스 지원방안'을 수립해 공개했다.
이번 대책은 서비스업 경쟁력을 강화해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살리겠다는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최근 글로벌 뷰티 시장이 개인의 피부 상태나 유전 정보를 분석해 제품을 제조해 주는 초개인화 시장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우선 한국인과 외국인 1만7천여 명의 피부 특성 정보가 담긴 '피부 데이터뱅크'를 AI 학습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개편한다. 데이터 수집 대상 국가도 늘려 국내 기업들이 AI 기반의 피부 진단이나 개인 맞춤형 케어 솔루션을 신속히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맞춤형 화장품 조제 공정에 쓰일 AI 에이전트 기술 개발을 위해 2026년부터 2년간 72억원 규모의 민관 연합 R&D 예산을 투입한다. 유망 기술군을 선별해 후속 연구개발로 이어지는 다리도 놓는다.
현장 규제도 다듬는다. 기존에는 매장마다 반드시 한 명씩 두어야 했던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인력 규제를 완화해, AI나 자동화 기기를 도입한 매장의 경우 관리사 한 명이 여러 매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한다. 2028년 도입을 앞둔 화장품 안전성 평가제도 안착을 위한 컨설팅 지원 체계도 미리 조성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들어와 피부 진단부터 메이크업, 관광과 쇼핑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오프라인 거점도 늘어난다. 홍대와 명동, 부산 등에 위치한 K-뷰티 체험관의 기능을 보강하고, 외국인 결제 편의를 위해 매장 내 표준 QR코드 보급을 2027년까지 8만개 점포로 확충하기로 했다.
지역 상권과 연계한 거점 구상도 나왔다. 경주와 제주 두 곳에 홍보와 체험, 바이어 상담을 하나로 묶은 'K-뷰티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충북 오송에 K-뷰티 아카데미를 새로 열어 해마다 1900명 안팎의 국내외 미용 전문 인력을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수출 기반을 다지기 위해 해외 규제 정보 제공 범위를 신흥국까지 넓히고, 중동 등 무슬림 시장을 겨냥한 할랄 인증 지원도 병행한다. 정품 인증 상표 제도를 활용해 위조 상품 유통을 차단하고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한 지식재산권 보호에도 적극 나선다.
스타트업을 위한 자금 물줄기도 트인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대표적인 제조 앵커기업들과 손잡고 만든 430억원 규모의 글로벌 K-뷰티 공동펀드 투자를 지속 이어가고, CVC와의 협업을 촉진하는 250억원 규모의 오픈이노베이션 펀드도 새로 만든다. 우수 기술을 가진 화장품 기업에는 보증 비율을 기존 85%에서 최대 95%까지 높여주고 보증료율도 깎아준다.
메디컬 뷰티 분야에서는 외국인 환자의 유치부터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K-헬스케어 통합 허브 플랫폼' 구축이 추진된다. 예약과 결제는 물론 진료 전후 관리, 숙박과 관광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지방 소재 의원급 의료기관 중 우수 유치 기관을 늘려 비자 발급 절차를 단순화하고, 의료관광 비자 심사 요건 완화도 검토한다. 외국인 환자를 돌보는 코디네이터의 병원별 고용 한도(현행 2명)를 늘려주고 다국어 서식 보급을 통해 의료 분쟁 발생 여지도 줄일 방침이다.
국내 유입을 넘어 국내 의료기관이나 에스테틱 체인이 직접 해외로 나가는 상황에 대비해 현지 법률, 회계, 인허가 컨설팅을 제공하는 'K-바이오데스크'의 지원 대상도 기존 의약품과 의료기기에서 K-뷰티 영역까지 넓히기로 했다.
주환욱 재경부 정책조정관은 "이번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K-뷰티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올리겠다"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을 위해서도 국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