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입사원이 채용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기업들이 인력을 줄여 해고했다기보다, 처음부터 뽑지 않는 쪽을 택하면서다. 챗GPT 등장 이후 신입사원이 들어와 일을 배우며 처리하던 기초적인 업무를 인공지능이 그대로 넘겨받았기 때문이다. AI 기술의 확산이 국내 기업들의 채용 방식과 조직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양상이다.
MBC 시사 교양 프로그램 ‘PD수첩’은 최근 약 6년간 국내 주요 플랫폼에 올라온 채용공고 1041만 건을 전수 분석했다. 동시에 4개월간 한국과 중국, 일본 3개국 현장을 심층 취재하며 기술 변화가 일자리 생태계에 미친 영향 체전에 나섰다. 20일 방송되는 특집 2부작 ‘AI 딜레마’ 2부 <신입사원 실종사건>에서는 AI가 청년들의 첫 일자리를 어떻게 지워내고 있는지 추적 결과를 공개한다.
현장에서는 이미 AI가 신입사원의 자리를 빠르게 메우고 있다. 대기업 15년 차 백영주 차장은 신입사원 대신 5개의 ‘AI 에이전트’를 팀원으로 두고 업무를 처리한다. 자료 조사와 초안 작성, 보고서 제작처럼 과거 신입사원들이 입사 후 가장 먼저 다루던 기초 업무들이 AI를 통해 단시간에 끝난다.
전문직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10년 차 홍석구 변호사는 AI를 손에 익힌 시니어 변호사들이 과거 후배나 인턴에게 넘기던 보조 업무까지 직접 처리하면서 법조계 내부에서 이른바 ‘회춘’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후배를 가르치며 일을 분배할 필요성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이러한 현상은 현장 인사담당자들의 채용 기조 변화로 직결된다. 한 채용컨설팅 업체 대표는 대기업 임원급 인사담당자들 사이에서 ‘신입 채용 동결’이 이미 공공연한 방침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제보했다. 신입사원을 채용해 교육하는 비용을 들일 바에는 AI 연산 자원인 ‘토큰’을 추가로 구매해 기존 인력에게 쥐어주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지시가 내려온다는 이야기다.
실제 데이터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PD수첩이 분석한 1041만 건의 채용공고 데이터를 보면,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일수록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줄이고 즉시 투입 가능한 경력직만 찾는 경향이 명확하게 나타났다. AI가 기초 실무를 대체하면서 기업이 위험을 무릅쓰고 신입을 육성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이로 인해 고스펙 취업 준비생과 전문직 자격증 보유자들마저 시장에서 길을 잃고 있다. 4년 반 동안 공부해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최현준씨는 수습 과정을 거칠 회사를 찾지 못해 취준생 신분에 머물러 있다. 토익 만점과 토플 118점, 학점 4.2점에 인턴 경력까지 갖춘 이주은(가명)씨 역시 30곳이 넘는 기업에 서류를 넣었지만 연이어 탈락 통보를 받았다.
취업문이 막히면서 청년층 내부에서는 자구책을 찾기 위한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이 채용 전형에 도입한 AI 역량검사를 대비하기 위해 정원 20명인 AI 관련 동아리에 수백 명의 지원자가 몰리는가 하면, 시중에 800만원이 넘는 AI 직무 취업 사교육 상품까지 등장해 판매되는 실정이다.
반면 이웃 국가들의 대응 방식은 한국과 대비된다. 취업 빙하기를 먼저 겪었던 일본의 경우 기업들이 신입 채용과 교육을 단순한 비용이 아닌 장기적 ‘투자’로 인식하는 기조가 남아있다. 제작진이 취재한 한 일본 IT 기업은 신입사원 절반 이상을 개발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선발한 뒤 선배와 일대일로 짝을 지어 기초부터 가르친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청년 창업을 일자리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상하이의 1인 창업 단지는 청년 창업가들에게 무상으로 사무실과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AI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까지 지원하며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집중한다.
신입을 뽑아 육성하는 시스템이 무너진 상황에서 향후 수년 뒤 기업의 중련 및 시니어 인력을 어디서 충원할 것인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당장의 생산성과 효율을 이유로 신입 채용을 줄이는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산업 전체의 인력 허리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MBC PD수첩 <신입사원 실종사건> 편은 10월 20일 밤 10시 2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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