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에 탑재된 AI 에이전트가 알아서 항공권을 예매하고 결제까지 처리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지만, 여전히 이용자 마음 한구석에는 찜찜함이 남는다. AI가 알아서 돈을 빠져나가게 만들거나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예약을 진행했을 때의 리스크 때문이다.
SK텔레콤이 AI의 자동화된 행동을 최종 실행하기 전 이용자가 안전하게 확인하고 승인할 수 있는 통신 기반 제어 장치 마련에 나섰다.
SK텔레콤은 9월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을지로 SKT 타워에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RCS 그룹 대면 표준화 회의를 개최하고 AI와 차세대 메시징 서비스의 결합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가 열리는 GSMA RCS 그룹은 글로벌 이동통신사와 단말 제조업체, 플랫폼사, 비즈 메시징 기업들이 모여 차세대 메시징 규격인 RCS(Rich Communication Services)의 표준을 다루는 핵심 협의체다. 서울 회의 현장에는 AT&T, T모바일, 보다폰, 오렌지 등 해외 주요 통신사를 비롯해 애플, 구글, 삼성전자 등 글로벌 빅테크 16개사 실무진과 GSMA 사무국 관계자 등 33명이 모였다.
가장 눈길을 끌어당기는 부분은 SK텔레콤이 주도해 신설한 AI 특별 세션이다. 정규 규격 논의와 별개로 17일 하루 동안 ‘AI와 메시징의 진화(AI and the Evolution of Messaging)’라는 주제로 집중 토의가 진행된다. AI 에이전트와 RCS 결합 방향부터 시작해 AI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통제권 확보, 브랜드 등록 절차의 AI 자동화, 메시징 내 AI 기반 스팸 방지 기술 등이 테이블에 오른다.
핵심 제안 안건은 SK텔레콤이 던진 ‘RCS 기반 AI 에이전트 승인(AI Agent Approval over RCS)’이다.
이 기술은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지시를 받아 실제 주문이나 결제, 예약 등 돈이 나가거나 중요 정보가 처리되는 행동을 옮기기 직전에 작동한다. AI 내부 화면이나 별도 앱이 아닌, 통신사 네트워크로 검증된 스마트폰 기본 문자 메시지(RCS) 채널로 최종 확인 요청을 보내는 방식이다.
기존 상점이나 플랫폼 앱 내 알림은 보안 위협이나 피싱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상존하지만, RCS 기반 승인 메시지에는 사전 검증을 마친 기업의 공식 명칭과 로고가 명확히 박힌다. 구매하려는 상품 이미지와 구체적인 결제 금액, 최종 승인 버튼이 기본 문자 창에 직관적으로 떠오른다.
이용자는 앱을 이리저리 이동할 필요 없이 문자 메시지 창에서 버튼 하나만 눌러 AI의 다음 동작을 허가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 승인 요청 내용과 처리 결과는 대화함에 기록으로 그대로 남기 때문에 나중에 거래 내역을 다시 찾아보기에도 수월하다. AI의 자율성이 커질수록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는 일종의 '비상 브레이크'이자 보증 수단인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본 메시징 앱을 둘러싸고 구글과 애플의 RCS 탑재 정책이 맞물리는 시점이라 이번 회의의 의미는 작지 않다. 통신사 본연의 강점인 연결성과 인증 기능을 AI 생태계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SK텔레콤은 그간 자체 RCS 망을 구축해 운용하면서 국내 시장 상황에 필요한 기능들을 지속적으로 글로벌 규격에 반영해왔다. 실제 지난해 5월 서울 회의 당시 제안했던 메시지 서식 표현 기능인 ‘리치 텍스트 포맷팅(Rich Text Formatting)’은 올해 초 발표된 RCS 글로벌 표준 규격 '유니버설 프로파일 4.0'에 정식 채택되기도 했다.
회사는 이번 회의를 발판 삼아 글로벌 이통사 및 빅테크들과 기술 교류를 강화하고, AI 시대를 뒷받침할 통신 기반의 'AI 신뢰 인프라'를 빠르게 조기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