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의 디지털 경제 규모가 2026년 3680억달러(약 500조원)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단순한 대화형 도구를 넘어 실제 커머스와 결제, 추천 시스템 전반에 이식되면서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글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가 최근 공동 발간한 ‘e-Conomy SEA 2026’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 디지털 경제 총상품가치(GMV)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며 2035년 1조달러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집계됐다.
눈에 띄는 대목은 AI 도입 속도다. 현재 동남아 지역에서 생성형 AI를 실생활이나 업무에 쓰는 인구는 2억4300만명으로, 경제활동인구의 58% 수준에 도달했다. 과거 모바일 인터넷이 보급되던 시기와 비교하면 성장 속도가 약 4배가량 빠르다. 조사팀은 AI 에이전트가 가격 비교와 구매 결정을 직접 수행하는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에 대한 시장 신뢰가 쌓이면서 향후 5년 내 AI 자원 사용량이 최대 60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산업별로는 디지털 경제의 가장 큰 축인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부문 GMV가 전년 대비 18% 늘어난 226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멀티모달 기반의 상품 탐색과 앱 내 도우미 기능이 본격화되면서 실제 구매 전환율을 10% 높이고, 일부 플랫폼에서는 주문량을 75%까지 끌어올리는 효과가 관찰됐다.
온라인 여행 시장 역시 590억달러(10% 증가) 규모로 커진다. 특히 여행 일정을 계획할 때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비중이 기존 소셜미디어를 넘어섰으며, 전통적인 검색엔진 바로 다음가는 핵심 도구로 자리를 잡았다.
콘텐츠와 광고가 맞물린 온라인 미디어 매출은 22% 늘어난 440억달러로 추산된다. 이용자 취향을 저격하는 개인화 알고리즘이 도입되면서 유저 참여도가 10~20%가량 늘어난 덕이다. 승차 공유와 음식 배달 등 모빌리티·푸드 부문 GMV는 400억달러(15% 증가), 디지털 금융 서비스(DFS)의 총거래가치(GTV)는 1조6500억달러로 1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AI 수용도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설문 응답자의 72%가 가격 추적 같은 자동화 도구를 정기적으로 사용 중이며, 75%는 AI 에이전트가 알아서 최저가를 찾고 결제까지 완료하는 방식에 거부감이 없다고 답했다. AI 기술을 1년 전보다 더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도 62%에 달했다.
다만 이용자들은 에이전틱 AI를 안심하고 쓰기 위해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44%)'와 'AI 작동 범위에 대한 투명한 설명(36%)', 그리고 '실수로 실행된 거래의 취소 가능성(30%)' 등의 안전장치가 우선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프라 과제도 남아있다. 보고서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AI 연산 수요를 뒷받침하려면 향후 5년 내 동남아 지역의 데이터센터 수용 능력을 현재보다 최소 3배 이상 확장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연산 효율성과 전력 소모를 줄이는 기술 확보도 필수적이다.
제도적 틀도 구체화되고 있다. 오는 11월 성안을 목표로 추진 중인 '아세안 디지털경제기본협정(DEFA)'이 체결될 경우, 세계 최초의 국경 간 통합 디지털 무역 협정이 마련되면서 역내 AI 플랫폼과 데이터 유통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