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병·의원이 폐업을 선언하면 가장 난감해지는 쪽은 환자다. 과거 진료기록이나 수술 이력을 확인하려 해도 보건소 창고 깊숙이 쌓인 종이 차트나 읽기조차 힘든 CD에 의존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국가 차원의 의료데이터 관리망이 공백으로 남아 있던 이 영역에 디지털 시스템이 이식되고 있다.
디지털금융 및 AI 바이오헬스 플랫폼 기업 아이티아이즈가 ‘휴·폐업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EMR) 보관·발급 시스템 2차 확산사업’을 수주했다고 8월 7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문을 닫았거나 운영을 중단한 의료기관의 진료기록을 디지털 방식으로 안전하게 보관하고, 환자가 관할 보건소를 직접 방문하는 번거로움 없이 온라인으로 의료정보를 조회·발급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가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다.
아이티아이즈는 2023년 최초 시스템 구축 사업을 맡아 기틀을 잡은 데 이어, 2025년 1차 확산사업과 올해 2차 확산사업까지 연속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사실상 휴·폐업 의료기관 EMR 체계의 설계부터 데이터 수집, 표준화, 보관, 온라인 발급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전담하는 핵심 사업자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번 사업의 의미를 단순히 '기록을 보관하는 디지털 창고' 구축에만 두지 않는다.
각 의료기관이 제각각 사용하던 무정형 EMR 데이터를 표준화된 규격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흩어져서 묻힐 뻔한 진료 기록이 AI 의료 서비스나 정밀의료 연구에 쓰일 수 있는 규격화된 데이터 자산으로 바뀐다.
아이티아이즈는 그동안 보건복지부의 '건강정보고속도로(마이헬스웨이)' 구축과 의료데이터 표준화, 데이터 연계 플랫폼 관련 사업을 이어왔다. 상이한 데이터 구조를 하나로 묶고 연동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자산을 쌓아둔 상태다.
시장의 관심은 이 데이터들이 향후 AI 헬스케어 생태계와 어떻게 결합할지로 쏠린다. 의료데이터는 정밀의료나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필수 재료지만, 엄격한 보안과 기관 간 데이터 규격 차이가 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이성남 아이티아이즈 대표는 "휴·폐업 의료기관 EMR 사업은 단순한 기록 보관 시스템이 아니라 국가 의료데이터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활용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라며 "건강정보고속도로와 의료데이터 표준화 사업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게 의료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환경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2차 확산사업이 마무리되면 온라인 조회 서비스 대상 의료기관이 대폭 늘어나는 한편, 공공 의료데이터 플랫폼과의 연동 범위도 단계적으로 넓어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