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 환자들에게 매끼 식단을 짜는 일은 일종의 투병 과정에 가깝다.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으면서도 영양 균형을 맞춘 음식을 일일이 계산해 차려먹기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앱이 섭취한 음식을 기록하거나 혈당 추이를 추적하는 일기에 머물렀던 이유다.
해천수가 새로 선보인 ‘당뇨식단앱(DMA)-GL기준’은 이 같은 기존 접근법과 궤를 달리한다. 이용자가 앱에 자신의 체중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GL(Glycemic Load·혈당조절) 지수가 산출되고, AI가 이 수치에 맞춰 당일 먹을 수 있는 식단을 직접 구성해 제시하는 방식이다. 기록용 도구에 그치던 당뇨 앱을 실전용 식단 가이드로 전환하겠다는 시도다.
앱의 핵심 동력은 해천수가 직접 구축한 894개 전용 식품 데이터베이스다. 농촌진흥청의 ‘국가표준식품성분표’를 기반으로 삼되 당뇨 환자에게 부적합한 재료들을 까다롭게 솎아냈다. 포화지방산이나 트랜스지방산,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식품은 물론, 영양 성분이 불투명하거나 일상 식단에 잘 쓰이지 않는 식자재는 아예 등록 단계에서 제외했다.
정제된 데이터베이스가 마련되자 AI의 역할도 명확해졌다. 일반적인 생성형 AI에 당뇨 식단을 물어보면 물을 때마다 매번 다른 답변을 내놓거나 검증되지 않은 식자재를 추천하는 이른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DMA는 AI가 오직 사전에 검증을 마친 894개 식품 DB 안에서만 조합을 찾도록 가두는 방식으로 정보의 편차와 오류 가능성을 잘라냈다.
이용자는 자신의 당일 컨디션이나 영양 상태에 따라 식단을 구성하는 식품의 개수도 직접 고를 수 있다. 최소 6개에서 최대 10개까지 식품 수량을 설정하면 AI가 정해진 GL지수 한도 내에서 최적의 메뉴 조합을 새로 짜준다.
이번 솔루션을 개발한 윤도근 해천수 대표의 이력도 눈길을 끈다. 윤 대표는 십수 년간 직접 당뇨를 관리하며 쌓은 노하우와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당뇨 관리 지침서 ‘당뇨와 함께 살기’를 쓴 저자이기도 하다. 환자 입장에서 당뇨 관리를 저해하는 가장 큰 장벽이 매일 반복되는 식단 구성이라는 점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앱 개발에 나섰다.
윤 대표는 "당뇨 관리에서 식단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환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식단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DMA를 통해 당뇨 환자들이 식단을 선택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현재 서비스 단계에서는 앱이 제안한 식단에 맞춰 이용자가 직접 시장을 보고 조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남아있다. 해천수는 앱 이용자 수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면 식단에 필요한 식자재를 묶어 배송하는 푸드키트(Foodkit) 공급 시스템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단순한 식단 추천을 넘어 일상 속 당뇨 식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전용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