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인턴’의 음악 작업에 참여했던 음악 창작 그룹 마고사운드(MAGO SOUND)가 이번에는 극장 스크린을 벗어나 시장 골목길과 상인들의 숨소리가 살아있는 거리 무대로 향한다.
마고사운드는 오는 10월 24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구로재래시장에서 열리는 거리 퍼레이드 인형극 ‘복을 나눠주는 가단씨’의 음악감독과 작곡을 맡아 작품 전체의 소리 호흡을 책임진다.
이번 작품은 성균관대학교 RISE사업단과 한국인형극협회가 주최하고, 대형 인형 제작과 시각 퍼포먼스로 입지를 다져온 창작 인형극 단체 상상구락부(Imagine Club)가 제작을 맡은 지역 문화예술 프로젝트다.
공연은 구로재래시장 좌판에서 깜빡 잠이 든 할머니 ‘가단씨’와 그의 반려견 ‘뽀삐’의 꿈속 여정을 그린다. 가단씨의 어린 시절 놀이와 아름다웠던 순간, 세월의 흐름 속에 묻혀 있던 기억들이 마치 빛바랜 사진첩을 한 장씩 넘기듯 골목길 위에서 펼쳐진다. 초대형 인형과 퍼펫티어(인형 조종수)들의 섬세한 움직임, 여기에 마고사운드의 선율이 더해지면서 일상적인 삶의 터전이었던 재래시장은 순식간에 환상적인 기억의 무대로 탈바꿈한다.
대사가 전혀 없는 넌버벌(Non-verbal) 인형극으로 기획된 만큼, 이번 작품에서 음악이 갖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소리와 선율은 단순한 배경음을 넘어 인물의 세밀한 감정선과 서사의 흐름을 관객에게 직접 전달하는 가장 강력한 언어 역할을 수행한다.
보컬 마고, 핸드팬 시온, 신디사이저 송수정, 퍼커션 조정욱으로 구성된 마고사운드는 그간 음악을 중심으로 명상, 신체 움직임, 공간감을 결합하며 독자적인 사운드 스케이프를 구축해왔다.
특히 보컬을 맡은 마고 대표는 2003년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대표 삽입곡 ‘예감’의 목소리로 대중에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올해 마고사운드팀과 함께 할리우드 영화 ‘인턴’의 음악 작업에 참여하며 약 20년 만에 영화음악으로 관객들과 재회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작업에서 마고사운드는 시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성에 주목했다. 정해진 객석과 무대가 존재하는 일반 실내 극장과 달리, 배우와 대형 인형, 관객이 함께 시장 골목을 동시 이동하는 퍼레이드 형태의 공연이기 때문이다. 음악 역시 정형화된 틀에 맞춰 흐르기보다는 인형의 시시각각 변하는 움직임과 장면 전환, 이동하는 관객들의 걸음걸이 리듬에 맞춰 유연하게 호흡하도록 설계했다.
장면에 따라 음악이 인형의 동선을 밀착해 따라가기도 하고, 때로는 선율이 먼저 흘러나와 다음 장면에 담긴 감정의 결을 미리 열어주기도 한다. 말이 없는 거리극이기에 음표와 음표 사이, 소리와 소리 사이에 존재하는 여백까지도 하나의 대사처럼 작동하게 만들었다.
마고사운드 마고 대표는 "음악이 이야기를 앞서가기보다는 인물의 곁에 조용히 머물며 말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을 들려줄 수 있기를 바랐다"며 "대사가 없는 만큼 음악이 많은 것을 전달해야 하지만 동시에 너무 많은 말을 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작업이 핵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단씨의 기억과 인형의 움직임 사이 공간에 음악이 머물고, 관객들이 그 여백 안에서 자신만의 아련한 기억과 감정을 발견하길 기대한다"며 "스크린 작업을 거쳐 이번에는 시장이라는 삶의 터전에서 시민들과 직접 호흡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고 덧붙였다.
제작을 맡은 상상구락부 안재민 대표와 팀원들 역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거리 예술을 꾸준히 선보여온 창작 단체다. 대표작인 넌버벌 인형극 ‘어린 도비와 흰소’ 등을 통해 극장을 벗어나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시각적 실험을 이어왔다. 상상구락부의 시각적 파격과 대형 인형의 선이 굵은 움직임에 마고사운드의 밀도 높은 음악이 더해지면서 완성도 높은 감각적 체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문화예술이 대형 전시장이나 정제된 공연장에만 머물지 않고 시민들의 삶이 숨 쉬는 재래시장으로 들어온다는 점에서도 이번 프로젝트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장보러 나온 주민들과 상인, 공연을 찾은 관객들은 가단씨의 여정을 함께 거닐며 자연스럽게 퍼레이드의 구성원이 된다. 긴 꿈에서 깨어난 가단씨가 사람들에게 따뜻한 '복'을 나누어주는 장면으로 공연은 막을 내린다.
‘복을 나눠주는 가단씨’는 오는 10월 24일 낮 12시와 오후 2시, 25일 오후 2시와 4시 등 이틀간 총 4회에 걸쳐 구로재래시장 내부에서 진행된다. 별도의 예매나 티켓 구매 없이 현장을 방문한 시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