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바이오 벤처가 개발한 신약 물질이 미국 정부 주도의 바이오디펜스(생물방어) 프로젝트에 본격 투입된다. 단순 기술 이전이나 자문 형태를 넘어, 미국 국방·보건당국이 확보하려는 국가 비축용 치료제의 핵심 원료로 공급되는 구조다.
홍릉강소특구 입주기업인 코넥스트는 자사의 재조합 TLR5 작용제 '젬프리톨리모드(xempritolimod)'가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의 급성방사선증후군(ARS) 대응 치료제 개발 프로그램에 적용된다고 8월 5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바이오 기업 마이크론 바이오메디컬(Micron Biomedical)이 NIAID로부터 대형 개발 계약을 수주하며 물꼬를 텄다. 코넥스트는 이 사업의 하위 수혜기관으로 참여해 핵심 치료물질인 젬프리톨리모드를 직접 공급하게 된다. 약물 공급에 그치지 않고 의약품 제조 공정 개발과 품질 관리(QC), 상업화를 위한 생산 인프라 구축까지 전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는 역할이다.
이번에 공급되는 젬프리톨리모드는 태생부터 국방·안보 목적의 민군겸용 기술로 뼈대를 다진 물질이다. 방위사업청과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한 총사업비 80억원 규모의 'TLR5 작용제 기반 방사선 피폭 치료제 개발사업'을 통해 탄생했다. 코넥스트는 그간 마우스 및 비인간 영장류(NHP) 모델에서 급성방사선증후군 방어 효능을 입증한 데 이어, 국내에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1상까지 마친 상태다.
급성방사선증후군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나 핵 재난 시 고선량 방사선에 대량 노출될 때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특히 위장관계 장기 손상을 동반하는 방사선 피폭은 현재 승인된 치료제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글로벌 보건 안보 시장에서 대표적인 미충족 의료 수요로 꼽혀왔다.
현장 투여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작업도 동시에 추진된다. 이번 과제에서는 코넥스트의 원료 단백질을 마이크론 바이오메디컬이 가진 용해성 마이크로니들(Dissolvable Microneedle) 패치 플랫폼과 결합한다.
통상 국가 비상 상황에서는 냉장 유통(콜드체인)이나 숙련된 의료진의 주사 투여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마이크로니들 제형이 완성되면 상온 보관이 가능해지고, 전문 의료진 없이 현장에서 피부 부착만으로 신속하게 투약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정부가 이번 프로그램에서 약물 전달 체계 개편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국내 바이오텍이 대장균 미생물 발효 기반의 고순도 재조합 단백질 제조 기술을 앞세워 미국 정부의 대형 바이오디펜스 공급망에 진입한 사례는 흔치 않다. 상업화 단계를 넘어서면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 목적으로 장기 비축 물량을 매입하는 구조여서,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매출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열린다.
이우종 대표가 이끄는 코넥스트는 이번 과제를 발판 삼아 미국 규제당국이 요구하는 제조·품질관리(GMP) 기준을 충족하고, 글로벌 안보·보건 시장 내 치료제 공급망을 선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