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과 학사
-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
- 고려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석사
- 2014년 12월~현재: 새천년카 대표
- 2021년 8월~현재: ㈜픽스닉 대표이사
작업복을 입고 자동차를 수리할 때와 정장을 입고 나타났을 때, 사람들의 태도는 달랐다. 새천년카·㈜픽스닉의 김선호 대표가 정비 현장에서 직접 겪은 일이다. 그는 같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옷차림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이 자동차 정비사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을 배운 김 대표는 2014년 자신의 사업장을 열었다. 이후 중고차 거래 플랫폼 창업과 실패, 새로운 법인 설립을 거치면서도 자동차 정비 현장을 지켜왔다. 김 대표를 만나 정비사의 길을 선택한 이유와 창업 과정, 노동의 가치에 대한 생각, 앞으로의 목표를 들어봤다.
인터뷰 중인 새천년카·㈜픽스닉 김선호 대표(왼쪽)와 기자. [사진=스타트업타임즈]
자동차를 고치는 일이 좋았던 청년, 창업가가 되다
먼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새천년카'와 '주식회사 픽스닉'에 대해 소개해 달라.
새천년카는 2000년 아버지 김용환 대표가 창업한 자동차 정비소에서 시작됐다. 당시에는 자동차 정비가 사업의 대부분이었지만 아버지는 자동차 보험이나 중고차 구매 동행 등으로 서비스를 넓혀 왔다. 나는 2012년부터 학교생활과 정비소 일을 병행하며 사업을 배웠고, 2014년 12월 별도의 사업장을 창업했다. 현재 아버지는 1호점을, 나는 2호점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새천년카에서는 자동차 정비와 픽업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별도로 2021년 설립한 주식회사 픽스닉에서는 자동차 부품 유통 및 수출 사업을 하고 있다.
자동차 정비사의 길을 선택한 이유와 직접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나는 원래 무언가를 고치는 일을 잘하고 좋아했다. 자동차 자체를 좋아하는 것과 자동차를 고치는 행위를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고장 난 차를 고쳐서 다시 시동이 걸릴 때의 그 모습이 좋았다. 아버지가 정비 작업 중 손가락을 크게 다치신 일이 있었는데, 그때 옆에서 일을 돕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길로 들어섰다. 창업을 결심하는 데에는 취업 면접에서 겪은 일도 영향을 줬다. 한 수입차 업체의 임원에게 면접을 봤는데, 면접이 끝난 뒤 운전기사가 딸린 자신의 벤츠 S500을 보여주며 "네가 평생 일해서 내가 타는 이 차를 타볼 수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반드시 성공해서 내 회사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적어도 저런 리더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29살이던 2014년에 창업했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전국의 여러 자동차 정비소를 찾아다녔다고 들었다. 그곳에서 무엇을 배웠나.
정말 많은 정비소 대표님들을 만났다. 방문할 때마다 빵과 우유를 사 갔고, 옆에서 장갑을 끼고 작업을 거들면서 친해졌다. 단순히 돈을 잘 버는 곳을 찾아간 게 아니라 각자의 운영 방식과 시스템을 배우고 싶었다. 어떤 곳은 대표가 자리를 비워도 직원들끼리 체계적으로 운영됐고, 어떤 곳은 고객에게 가격표를 보여주며 정비 내용을 설명했다. 그런 것들이 당시 내가 알고 있던 일반적인 카센터의 모습과는 달랐다. 직원들의 친절도를 평가하는 제도를 보고 우리 방식으로 바꿔 적용하기도 했다. 고객이 친절한 직원에게 스티커를 붙여주면 많이 받은 직원에게 보너스를 주고, 그에 맞춰 어려운 이웃도 돕는 방식이다. 대표님들의 장점을 배우고 내 방식으로 발전시킨 시간이 창업에 큰 도움이 됐다.
저서 『나의 엔진은 천천히 달궈졌다』에서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했던 경험을 소개하셨다. 그러한 경험 이후 사업을 바라보는 생각이나 경영 방식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말이 있다. 사업을 하는 사람도 다른 사람이 성공한 모습을 보면 나도 저 사업을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나 역시 그랬다. 다른 플랫폼 기업의 성공을 보면서 정비소를 직원들에게 맡기고 서울에 올라가 중고차 직거래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은 잘되지 않았고 빚도 많이 생겼다. 그 무렵 암 진단을 받고 수술도 했다. 경제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그때 배운 것은 남이 성공한 일을 따라가기보다 내가 원래 잘하던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업의 방향을 계속 바꾸기보다 자신이 선택한 시장에서 꾸준히 입지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10년은 진득하게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차량을 정비하고 있는 새천년카·㈜픽스닉 김선호 대표. [사진=스타트업타임즈]
작업복에 따라 달라지는 시선, 노동의 가치를 묻다
저서 『나의 엔진은 천천히 달궈졌다』에서 정비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하셨다. 어떤 경험을 통해 그런 생각을 갖게 됐나.
예전에 정비소에서 타이어를 수리하고 있는데 한 고객이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고 물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과를 나왔다고 하니 왜 대학까지 나와서 이런 일을 하느냐고 했다. 지금도 비슷한 일을 겪는다. 작업복을 입고 있으면 함부로 대하던 사람이 내가 강의를 다녀와 정장을 입고 나타나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한다. 같은 사람인데 옷차림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비 오는 날 타이어를 수리해 줬더니 돈을 바닥에 던지고 간 고객도 있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낮게 보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느낀다. 이런 인식 때문에 정비사를 구하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가장 많이 하는 일은 글을 쓰는 것이다. 정비 현장에서 겪는 일과 직업에 대한 생각을 글로 남기고 신문에 기고하기도 한다. 강의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면서 정비업에 대해 알리려고 노력한다. 정비사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한 사람씩이라도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의미가 있다고 본다. 언젠가는 정비업과 관련된 제도나 환경을 개선하는 일에도 역할을 해보고 싶다. 다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묵묵히 내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표님은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도 꾸준히 강조해 오셨다. 현장에서 어떤 경험을 하며 그런 생각을 갖게 됐나.
내 노동의 가치가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노동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비를 시작하기 전에 예상 비용을 안내하고 작업을 마쳤는데, 고객이 자신에게 돈이 이것밖에 없다며 일방적으로 금액을 깎으려는 경우가 있다. 정비사는 그 일을 하기 위해 기술과 시간, 노동력을 투입했다. 그런데 작업이 끝난 뒤 그 가치를 마음대로 정하려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자신이 일한 대가를 누군가 일방적으로 깎는다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정비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직업이든 자신이 제공한 노동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인정받아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은 중요하고 남이 하는 일은 하찮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직원들의 성과에 따라 급여를 조정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어떤 생각에서 시작했나.
직원들이 자신의 성과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현장직은 작업 실적과 매출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급여를 조정하는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3개월마다 연봉을 조정하기도 한다. 사무직은 성과를 숫자로 측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다른 방법을 고민했다. 예를 들어 유튜브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6개월 뒤 구독자나 조회수를 얼마나 늘릴 수 있을지 스스로 목표를 정해보라고 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목표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이 직접 정하고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목표에 가까워졌을 때도 그 노력에 맞춰 보상하려고 한다. 직원들이 스스로 동기를 얻고 성장하면 회사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26 대전 북페어'에서 강연하고 있는 새천년카·㈜픽스닉 김선호 대표. [사진=새천년카]
실패와 아픔을 지나, 다시 사람을 향하다
오랫동안 소아암 환아를 돕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처음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어릴 때 아버지와 함께 KBS의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기부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전화를 통해 천 원씩 기부하기도 했고, 중고등학생 때는 용돈을 모아 후원하기도 했다. 군대에 가면서 한동안 중단됐지만, 이후 아버지의 제안으로 2012년부터 소아암 어린이를 돕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처음부터 상생에 대한 생각은 있었지만, 그 의미를 더 깊이 생각하게 된 것은 2017년 암 수술을 받은 이후였다. 내가 언제 세상을 떠나더라도 그전까지 좋은 일을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 문제와 주변 사람들의 아픔도 겪었다고 했다. 그러한 경험이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어떤 영향을 줬나.
최근에는 척추에 종양이 발견돼 추가 검사를 앞두고 있다. 아직 정확한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일을 겪으면 삶과 죽음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일했던 직원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일도 있었고, 둘째 아이도 태어날 때부터 건강 문제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다. 그런 경험을 할 때마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선한 일을 계속하고 싶다. 그것이 언젠가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세상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남길 수 있다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에 실린 사진들에서 대표님이 늘 밝게 웃고 계신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업을 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으셨는데, 어떤 마음으로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셨나.
우리는 매년 '문화가 있는 종무식'을 열고 외부 강연자를 초청한다. 암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열린비즈랩 안병민 대표님을 초청한 적이 있다. 그분도 암을 겪으신 분인데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살다 보면 내가 바꿀 수 없는 일들이 생긴다. 그렇다고 남은 시간을 계속 우울하게 보내고 싶지는 않다. 사람과 관계가 나빠지면 빨리 풀려고 하고, 부정적인 일이 생겨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바꿀 수 없는 일이라면 받아들이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웃으며 살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는 편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돌아봤을 때 창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도 궁금하다.
창업은 살아가면서 겪는 불편을 해결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나를 찾아오는 고객들이 겪는 불편을 해결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앞으로 회사가 더 성장하고 여유가 생기면 내가 개인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에도 도전하고 싶다. 그중 하나가 환경 문제, 특히 플라스틱 문제다. 자동차 정비 사업에서 시작한 기업이 어떻게 그런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 단순히 사회적기업을 만드는 것보다 기술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다. 그렇게 성장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코스피나 나스닥에 상장하는 회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꿈과 목표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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