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나 연구실 수준의 시제품을 실제 시장에 팔 수 있는 완제품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흔히 '죽음의 계곡'으로 불린다. IT 서비스나 앱 플랫폼과 달리 제조 스타트업은 공장 설비를 확보하고, 클린룸을 갖추며, 수억 원에 달하는 시험·검증 장비를 들여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제품을 만들었더라도 실제 공장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는지 양산성을 검증하다가 자금이 바닥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이처럼 제조 스타트업이 겪는 초기 공정 설비와 양산 검증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용 거점이 포항에 들어섰다.
경상북도 포항시에서 22일 ‘RIST 첨단제조 인큐베이팅센터’ 개소식이 개최됐다. 이번 센터는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해 경상북도, 포항시, 포스코그룹,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이 손을 잡고 조성한 민관 협력형 지역 첨단제조 창업 거점이다.
핵심은 연구나 실험실 단계에 머물러 있던 기술을 실제 시장에서 판매 가능한 제품과 생산 공정으로 전환하도록 돕는 데 있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초기 단계에서 마주하는 장비 구축 비용과 공정 설계, 신뢰성 검증에 대한 부담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취지다.
센터 내부에는 일반 오피스 형태가 아닌 실제 제품 생산 테스트가 가능한 공장형 입주 공간과 고도화된 클린룸 등 제조 실증 시설이 들어섰다.
입주 스타트업은 RIST가 보유한 전문 연구진과 인프라를 활용해 공정 설계, 시험·분석, 신뢰성 평가, 양산 공정 엔지니어링 지원을 곧바로 받을 수 있다. 단순히 공간만 임대해 주는 기존 보육센터와 달리, 시제품의 대량 생산 전 단계에서 필요한 기술 검증을 현장에서 밀착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역 민관 기관의 역량도 한데 모인다. 포스코그룹은 보유한 펀드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입주 기업의 초기 투자 유치와 해외 진출을 도울 계획이다. 경북도와 포항시, 경북테크노파크 등 지자체 및 유관기관은 지역 내 R&D 과제 연계와 유망 기업 발굴, 향후 양산 체제 전환 시 필요한 산업단지 입주 절차를 행정적으로 지원한다.
현재 센터에는 미래 첨단 산업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이미 짐을 풀었다.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기술을 보유한 기업부터 고온수전해 스택, 분산에너지 제어 솔루션, 친환경 신소재 패키징 등 딥테크·제조 분야 스타트업들이 입주해 공정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운영 체계는 단기 지원에 그치지 않고 정밀하게 가동된다. 연간 최대 10개사를 발굴해 밀착 보육하며, 3년에서 5년 단위의 졸업 체계를 적용해 기업이 실제 공장을 세우고 독립할 때까지의 주기를 관리할 예정이다.
지방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첨단 제조 분야는 수도권에 비해 공장 부지 확보나 연구 인프라 접근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포항의 경우 이차전지와 신소재 등 대기업 및 연구기관 인프라가 집적된 만큼, 이번 센터가 지역 제조 스타트업의 실질적인 양산 전진기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목승환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지역의 강력한 산업 기반과 민간의 사업화 역량을 결합해 유망 제조 스타트업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고 글로벌 무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