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여 년 전 헨리크 입센이 연극 무대 위에 올렸던 질문이 2026년 가을 서울 대학로 무대에서 다시 시작된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다수의 적이 될 때 개인과 사회는 과연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공연예술 창작집단 스튜디오 반은 오는 10월 15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집에서 한국과 노르웨이의 연극인들이 참여하는 ‘IBSEN NOW : SEOUL 2026’을 연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학술 세미나나 일회성 토크쇼 형태에서 벗어났다. 입센의 고전 희곡이 던지는 질문을 오늘날의 시선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낭독공연으로 직접 경험한 뒤 한국과 노르웨이의 창작자와 관객이 한데 모여 토론을 이어가는 스테이지 포럼(STAGE FORUM) 형식으로 기획됐다.
중심에는 노르웨이 정부가 지원하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 지원 프로그램인 ‘입센 스코프 그랜트 2026(Ibsen Scope Grants 2026)’ 최종 선정작 ‘민중의 적: 거짓의 시대’가 있다.
스튜디오 반은 1882년 입센이 발표한 희곡 ‘민중의 적’을 원작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 대신, 입센이 던졌던 진실과 권력, 다수와 개인, 사회 시스템과 인간의 선택이라는 화두를 한국 현대사의 국가 폭력과 조작된 진실의 문제로 확장했다.
작품은 진실의 유무를 밝혀내는 차원을 넘어 한 사람의 말이 기록이 되고, 그 기록이 사실로 포장된 뒤 누군가의 손을 거쳐 고쳐진 문장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집중한다.
오후 4시부터 30분간 진행되는 낭독공연을 통해 관객들은 작품의 주요 사건을 마주하게 되며, 공연이 끝나는 시점에 ‘누가 민중의 적인가’라는 입센의 본질적인 질문을 직접 넘겨받는다.
행사 첫 순서인 ‘IBSEN TALK’에서는 입센 연구와 기획 분야의 거장들이 연사로 나선다. 입센 희곡 23편을 노르웨이어 원전으로 완역한 김미혜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와 국제공연예술 기획자인 최준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참여해 대담 형태로 입센의 현대성을 풀어낸다.
3시 15분부터 진행되는 대담에서는 입센의 작품이 세기를 넘어 전 세계에서 상연되는 이유, 주인공 스토크만이라는 인물의 복합성, 다수의 의견이 권력화되는 방식 등을 입체적으로 짚어낼 예정이다.
낭독공연이 끝난 뒤에는 노르웨이 창작자들과의 교류 세션인 ‘IBSEN FROM NORWAY’가 이어진다. 입센 스코프 페스티벌(Ibsen Scope Festival)의 힐데 구리 볼린(Hilde Guri Bohlin) 예술감독을 비롯한 노르웨이 관계자들이 참석해 현대 노르웨이에서 입센이 재해석되는 방식과 해외 각국에서 진행되는 각색 사례를 공유한다.
행사 당일에는 모니카 타우센 주한노르웨이대사관 부대사도 참석해 개막부터 전 일정을 함께하며 노르웨이 측 환영사를 전한다.
오후 5시부터는 최준호 교수의 진행으로 ‘IBSEN NOW KOREA NORWAY TALK’가 열린다. 김미혜 교수, 이강선 스튜디오 반 대표 겸 연연출, 노르웨이 초청 인사들이 방금 무대에 올려진 낭독공연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지금 이 시점에 입센을 다시 부르는 이유, 고전 희곡의 변용 한계, 한국에서 창작된 입센 작품의 해외 진출 가능성, 양국 예술기관 간의 지속 가능한 협업 구조 등이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이어지는 관객 질의응답(AUDIENCE DIALOGUE)을 통해 관객들이 직접 질문을 던지며 소통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스튜디오 반은 이번 행사를 단발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장기 프로젝트로 연결할 계획이다. 이번 낭독공연을 시작으로 2027년 5월 21일부터 6월 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본공연을 선보인 뒤, 입센 탄생 200주년이 되는 2028년에는 글로벌 무대로 해외 상연을 확장하는 단계를 밟아나간다.
이강선 대표는 "고전을 단순히 보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대와 장소가 바뀐 현시점에서 어떤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입센의 질문은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