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머노이드 로봇이 연구실을 넘어 실제 공장이나 물류 현장에 투입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손재주'다. 수십 개 로봇 제조사가 저마다 뛰어난 정밀 조작 성능을 자랑하지만, 막상 어떤 로봇이 정교하고 안정적으로 물건을 집고 조립하는지 객관적으로 측정할 표준 지표가 그동안 마땅치 않았다.
독자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RFM) ‘RLDX-1’을 개발한 피지컬 AI 스타트업 리얼월드(RLWRLD)가 이 같은 산업계 병목을 풀기 위해 국내 로보틱스 및 시뮬레이션 기술 기업 3곳과 손을 잡았다.
리얼월드는 피직스심랩, 스페이스에이아이, 엔닷라이트 등 3개 기업과 각각 업무협약(MOU)을 맺고, 엔비디아(NVIDIA)와 공동 구축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정밀 손재주 평가 벤치마크 ‘DexBench(덱스벤치)’ 고도화에 나선다고 8월 7일 발표했다.
DexBench는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 플랫폼 'NVIDIA Isaac Lab-Arena' 환경에 심층 통합되는 오픈소스 기반 프로젝트다.
단순히 물체를 집어 올리는 수동적 성능 측정을 넘어, 실제 공정과 물류 현장에서 발생하는 18개 핵심 과제와 80개 세부 평가 케이스를 토대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정밀 조작 역량을 엄격히 검증하도록 설계됐다.
협력에 참여한 기업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에 맞춰 평가 인프라를 분담한다.
고정밀 물리 엔진 시뮬레이션 기술을 가진 피직스심랩은 가상 환경의 신뢰도를 대폭 높인 디지털 트윈 환경 구축을 전담한다.
스페이스에이아이는 시뮬레이션 내에서 구현하기 까다로운 연성체와 깨지기 쉬운 물체의 물리적 특성,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물리 데이터 레이어를 맡는다.
3D 시뮬레이션 에셋 자동 생성 기술 ‘TRINIX’를 보유한 엔닷라이트는 벤치마크 평가에 쓰일 정교한 3D 가상 객체 데이터 생성을 담당한다.
로봇이 부드러운 박스를 찌그러뜨리지 않고 집거나 변형되기 쉬운 자재를 정밀하게 다루는 등 실제 현장과 다름없는 가상 검증 무대를 만드는 셈이다.
퓨처플레이 대표를 거쳐 리얼월드를 이끄는 류중희 대표는 "로봇 손의 정밀한 움직임을 측정하고 재현할 공통 언어가 없다면 휴머노이드 AI의 상용화는 계속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해 왔다.
이번 협력은 개별 AI 모델의 우수성을 자랑하는 차원을 넘어, 글로벌 휴머노이드 생태계가 공통으로 참고할 데이터 인터페이스와 산업 표준 인프라를 국내 스타트업들이 함께 연합해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리얼월드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국내 기술 기업 및 학계와의 연대를 넓히고, DexBench를 글로벌 로보틱스 시장의 표준 인프라로 안착시킨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