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과 컴퓨팅 기술의 인터페이스가 스마트폰 화면과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넘어 매일 입는 옷감 자체로 침투하고 있다. 기존 스마트워치나 링 형태의 기기가 가진 착용감의 한계와 별도 카메라·광학 장비에 의존하던 동작 인식의 번거로움을 섬유 신소재로 풀어내려는 시도가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력을 입증받았다.
스마트 텍스타일 전문 스타트업 웨이브컴퍼니가 6월 15일부터 18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WE USA 2026'에 참가해 의류 자체를 생체신호 수집과 동작 감지 센서로 활용하는 차세대 스마트 텍스타일 플랫폼을 선보였다.
AWE(Augmented World Expo)는 확장현실(XR), 공간 컴퓨팅,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의 글로벌 대표 전시회다. 세계적인 테크 기업과 연구기관이 모여 차세대 입력·출력 기술을 겨루는 자리다. 올해 한국 기업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마련한 'K-디지털콘텐츠 공동관'을 통해 현지에 부스를 차렸다.
웨이브컴퍼니는 공동관 세션에서 조나연 대표가 현장 발표자로 무대에 올랐다. 조 대표는 "인간의 몸은 아직 디지털 시스템에 온전히 연동되지 않은 마지막 입력장치"라는 화두를 던지며 기술 비전을 공유했다. 단순한 착용형 기기를 넘어 옷감 자체가 센서이자 데이터 전송 통로가 되는 스마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행사에서 회사가 내세운 핵심은 두 가지 독자 신소재 기술이다. 생체 전기신호를 원단으로 전달하는 전도성 신축 실리콘 '일렉실(ElecSil)'과 관절 움직임 및 하중 변화를 정밀 측정하는 스마트 섬유 센서 '트랙실(TracSil)'이다.
일렉실은 0.15mm 수준의 극소 두께로 제작돼 섬유 내부에 유연하게 적용된다. 피부에 밀착된 상태로 인체 움직임에 맞춰 함께 늘어나고 굽혀지기 때문에 신호 유실이 적은 편이다. ISO 10993 기준 생체적합성 평가를 마친 전극을 사용해 피부 자극을 줄였으며, 잦은 세탁에도 전도성을 유지하도록 내구성을 다졌다.
트랙실은 별도의 사외 카메라나 광학 추적 장비가 없어도 착용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읽어낸다. 신축 스트레인 센서 원리를 활용해 신체 외형이나 관절 길이 변화를 측정하고, 심전도(ECG)와 근전도(EMG) 같은 세밀한 생체신호까지 동시에 수집해 데이터화한다.
그동안 스마트 텍스타일 분야는 내구성과 세탁 문제, 전극 유연성 부족으로 양산화 단계에서 번번이 걸림돌을 만났다. 회사는 점착 바이오 실리콘 기반 기능성 의류인 '웨이브웨어'를 수년간 자체 제조·판매하며 확보한 공정 노하우를 접목해 이 같은 기술적 허들을 낮췄다.
현장에서는 단순한 시제품 제시를 넘어 가상현실(VR) 환경에서의 전기 촉각 햅틱 피드백 연동과 헬스케어 적용 가능성에 방문객들의 관심이 쏠렸다. 의류에 적용된 전극이 근육 사용량을 측정하는 한편, 필요시 역으로 미세 전기 자극을 주어 가상공간 내 촉감을 전달하거나 근육 이완을 돕는 방식이다.
조나연 웨이브컴퍼니 대표는 현장 발표에서 "AWE 참가를 통해 기존의 거치형 센서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의류 자체가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글로벌 시장에서 재확인했다"며 시장 반응을 전했다.
회사는 이번 전시 성과를 발판으로 글로벌 XR 기기 제조사 및 헬스케어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카메라 없이 구동하는 XR 훈련용 스마트슈트부터 원격의료 모니터링, 재활 치료, AI 기반 스포츠 동작 코칭 등 스마트 텍스타일 플랫폼의 응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