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두 미술 작가가 서울 용산에서 각자의 독창적인 시선을 담아낸 작품을 선보인다.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구영순 작가와 독일 뮌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권오석 작가는 서울 용산 디멘션갤러리에서 오는 2인전 ‘섬. 섬. 옥수 다방(Island. Island. Oksu Dabang)’을 개최한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미술을 시작했으나 현재는 서로 다른 국가와 환경에서 살아가는 두 작가의 시선과 표현 방식이 한 공간에서 조우한다.
두 작가는 이름에 ‘ㄱ, ㅇ, ㅅ’이라는 자음이 차례로 들어가는 공통점을 가졌고 각자의 고향 사투리를 섞어 대화를 나누지만, 정작 삶의 방식이나 사고방식, 생활 환경은 접점을 찾기 어려울 만큼 판이하다. 한 사람은 아줌마이고 다른 한 사람은 아저씨라는 결정적인 차이만큼이나 이번 전시에서 공개하는 작품들 역시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한국 전통 재료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온 구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자개(mother-of-pearl)와 옻칠을 활용한 시각적 탐구를 선보인다. 관념적으로 사치품이나 통제된 형태로 가공되던 자개를 표면 위에서 유기적으로 흐르는 비의 이미지로 탈바꿈시켰다.
전통적 재료가 가진 정형성을 벗어나 표면 위에서 자유롭게 펼쳐지도록 유도하며, 관람객이 그 흐름과 리듬을 포착하고 물성이 지닌 감각을 따라가도록 초대한다.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리듬을 매개로 물질의 새로운 존재감을 마주하게 만드는 시도다.
반면 다양한 미디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권 작가는 형식에 매이지 않는 본인만의 독특한 작업 세계를 펼쳐 보인다. 그는 지난 6년 넘게 이어온 ‘애플트리 서브마린(Apple Tree Submarine)’ 프로젝트와 함께 일상의 소소한 기록을 담은 연작들을 공개한다.
권 작가는 과거 담배를 피우던 13년 동안 흡연의 순간을 기록했던 짧은 메모와 담배꽁초를 이용해 약 3000점의 액자 작업을 제작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배송 과정의 한계로 권 작가가 직접 가방에 실어 온 30여 점의 담배 작업을 선보인다.
더불어 금연 이후 담배 작업의 대안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된 일회용 종이컵 작업 200여 점이 함께 내걸린다. 커피를 마시는 일상의 짧은 순간에 떠오른 생각이나 감정을 종이컵 표면에 기록한 작업이다.
이 종이컵 작업은 올해 4월 중국 상하이 현대미술관(MAM Shanghai)과 이창아트뮤지엄 전시를 마친 뒤 서울 디멘션갤러리 공간을 방문하던 과정에서 우연히 시작됐다. 용산의 한 대형 기획사 건물에서 지인과 커피를 마시다 퇴출당하며 들고 나온 종이컵에 해학적인 시선과 그림을 더한 것이 계기가 됐다.
권 작가는 전시 기간 관람객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참여형 퍼포먼스 ‘카페파우제(Kaffeepause·커피 브레이크)’를 진행한다. 관람객이 작가와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필요에 따라 종이컵 위에 함께 그림이나 글을 남겨 하나의 작품이자 기록으로 간직하게 하는 형식이다. 퍼포먼스는 전시와 대화, 에디션 제작을 하나로 연결하며 예술을 직접적인 교류의 경험으로 확장한다.
이외에도 1999년부터 시작된 장기 프로젝트 ‘마이 룸(My Room)’의 일환으로 경향신문 광고란에 아무런 내용이 없는 빈 공간을 게재하는 개념미술 작업을 병행한다. 신문에서 이 빈란을 발견해 전시장으로 가져오는 관람객에게는 작가가 현장에서 직접 서명을 남겨준다. 가치와 인식의 아이러니를 질문하는 작업이다.
권 작가는 지인들에게 전달한 서신을 통해 "설렁설렁 걷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문장을 남겼다. 지난 40년 동안 미술의 길을 걸어온 스스로에게 건네는 회고이자, 길을 걷던 이들이 다방에 앉아 쉬어가듯 누군가가 전시장이라는 공간에 잠시 머물다 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낸 전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