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바일 앱을 열고 정수기나 공기청정기를 검색해본 소비자라면 누구나 복잡한 요금표 앞에서 주춤하기 마련이다. 제휴카드 할인, 등록비 지원, 약정 기간별 월 이용료 차이, 중도 해지 위약금까지 따져야 할 조건이 수두룩하다. 같은 브랜드 상품이라도 유통 채널과 프로모션 시기에 따라 실제 납부 금액이 크게 달라지다 보니 렌탈은 오랫동안 ‘발품’이 필수적인 시장으로 꼽혔다.
이 같은 구조적 번거로움을 AI 기술로 풀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 정부 R&D 핵심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렸다.
가전·생활용품 렌탈 플랫폼 렌트리를 운영하는 렌트리가 중소벤처기업부의 ‘2026년 팁스(TIPS) R&D 딥테크트랙’ 대상 기업으로 최종 선정됐다. 이번 과제는 렌트리의 초기 투자사이자 팁스 운영사인 퓨처플레이의 추천을 거쳐 성사됐다.
딥테크 팁스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일반 팁스 중에서도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초격차 기술 기업을 별도 선별해 지원하는 제도다. 렌트리는 이번 선정에 따라 향후 3년간 총 15억원 규모의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회사의 팁스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 일반 팁스 과제에 선정되어 성공적으로 수행을 마친 바 있다. 3년 만에 한 단계 난도가 높은 딥테크 트랙에 다시 이름을 올리며 정부 R&D 자금을 연이어 유치하게 됐다.
렌트리가 이번 R&D 사업을 통해 구축하려는 핵심 솔루션은 ‘렌탈 AI 의사결정 플랫폼’이다.
기술의 핵심은 단순한 가격 비교나 조건 필터링에 머물지 않는다. 소비자의 주거 환경, 가구 구성, 월별 예산 범위, 카드 할인 여부, 실질 이용 기간 등 복잡한 조건 변수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AI 모델이다. 단순히 상품을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특정 제품과 약정 조건이 왜 해당 이용자에게 최적의 선택지인지를 입증하는 추론 및 설명 가능 AI(XAI) 엔진을 접목한다.
렌탈 시장은 제품 수가 방대할 뿐 아니라 신제품 출시와 프로모션 변경 주기가 빨라 데이터의 정형화가 쉽지 않은 영역으로 꼽힌다. 렌트리는 그동안 플랫폼을 운영하며 축적한 자산을 AI 모델의 학습 자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현재 회사가 확보한 DB는 10만개 이상의 정형화된 렌탈 상품 정보와 수십만건에 달하는 실제 계약·결제 데이터다. 여기에 40만명 수준의 활성 이용자층이 만들어내는 탐색·비교 이력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쌓이고 있다. 시장에 떠도는 비정형 프로모션 데이터를 AI가 수집·분석해 정확한 실부담금을 산출해내는 알고리즘도 고도화 대상이다.
렌탈 시장은 1인 가구 증가와 구독 경제 확산 속에 꾸준히 몸집을 키워왔지만, 정보 비대칭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다. 공급자 중심의 복잡한 요금 체계 탓에 소비자가 본인에게 꼭 맞는 계약 조건을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렌트리는 이번 AI 플랫폼 개발을 통해 구매 전 과정의 선택 문턱을 대폭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AI가 이용자의 성향과 조건에 맞춰 최선의 상품을 알아서 찾아주는 구조가 정착되면, 계약 체결까지 걸리는 시간과 이탈률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서현동 렌트리 대표는 "이번 딥테크 팁스 선정은 그동안 자사가 축적해온 데이터 자산과 기술 가능성을 시장에서 인정받은 결과"라며 "소비자가 렌탈 상품을 비교하고 고민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AI가 대신 판단해주는 완성도 높은 의사결정 솔루션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