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갑자기 멈춰 섰을 때 운전자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뒤따르는 차량에 위험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량에서 내려 경고장치를 설치하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위험이 될 수 있다.
손정수 도전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도 위험을 알릴 수 있는 지능형 경고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TRI-SAFE(트라이세이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제품은 차량 고장이나 사고 발생 시 자동으로 전개되는 LED 경고장치로, 운전자의 대피를 돕는 동시에 후방 차량의 2차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목표다.
손 도전자가 구상한 제품은 3초 이내 자동 전개되는 팝업형 구조를 바탕으로 LED 패널과 노면 레이저를 활용해 위험을 알리고, 사고 정보를 관계기관에 전달하는 기능까지 고려하고 있다. 현재는 지원금을 활용해 하드웨어를 구현하는 단계로,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개발 및 법적 규제 검토가 남아 있다.
지난 15일 대전스타트업파크에서 열린 ‘모두의 창업’ 대전지역 공개 오디션에서 손정수 도전자를 만나 제품 개발의 출발점부터 학생들과 함께한 과정, 사업화에 대한 고민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 TRI-SAFE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상한 제품인가.
차량이 고장 나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가 직접 삼각대를 설치하러 나가지 않아도 되는 지능형 경고장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전에는 사고가 나면 삼각대를 세워야 한다고 배웠지만, 지금은 운전자의 대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고 경고를 포기하면 뒤따르는 차량도 위험해질 수 있다. 뒤차 운전자가 전방을 잘 주시하고 있더라도 악천후나 주변 환경 때문에 정차한 차량을 발견하지 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함께 탄 가족까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차 운전자가 도로로 나가야 하는 위험을 줄이면서 뒤차의 사고도 예방하는 것,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고 싶었다.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차와 결합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는 기술은 발전하고 있는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위험을 알리는 일은 여전히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까지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실제 고속도로에서 겪었던 경험이 아이디어의 출발점이라고 들었다.
부모님과 함께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타이밍벨트가 끊어져 차량이 멈춰 선 적이 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6차선 정도 되는 도로였던 것 같다.
TV에서는 그런 상황에 삼각대를 세우는 모습이 나오지만, 막상 직접 겪어 보니 삼각대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살아야 된다. 이거 어떡하지?’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금도 고속도로에서 사고로 사람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하는데, 저는 이런 사고를 기술과 통신망을 활용해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사람이 직접 삼각대를 세우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 제품을 ‘TRI-SAFE’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 아이디어는 제가 냈지만, 혼자 만든 제품은 아니다. 동아리 지원금으로 개발을 시작했고, 여러 학생이 함께 참여하면서 지금까지 발전시켜 왔다.
한 학기가 지나 4학년 학생들이 졸업하거나 떠나면 새로운 학생들이 들어오는 식이었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제품 개발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동아리처럼 모여 저와 함께 만들어 온 것이다.
‘트라이세이프’도 원래는 그 동아리의 이름이었다. 지금은 함께했던 학생들이 떠올라서 제품의 애칭처럼 부르고 있다.
아직 정식 제품명은 정하지 않았다. 제품의 기능을 모두 설명하려면 ‘자동 전개형’ 같은 표현이 계속 붙어 이름이 복잡해지다 보니, 저희끼리는 그냥 '트라이세이프'라고 부른다.
-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자동 전개형 경고장치를 생각했던 건가.
처음에는 기존 삼각대를 좀 더 예쁘게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었다. 일반적인 삼각대는 가격이 저렴한 대신 볼품이 없고, 비싼 제품은 전원을 연결해야 하는 등 사용이 번거로운 경우가 있어서 그 중간쯤 되는 제품을 만들려고 했다.
당시에는 자동차 딜러들을 대상으로 한 판촉물을 생각했다. 자동차를 판매할 때 우산 같은 사은품을 주기도 하는데, 저희는 BMW나 제네시스, 현대 같은 자동차 브랜드의 로고를 넣은 특별한 삼각대를 만들어 선물용으로 판매하면 어떨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개발을 진행하면서 ‘이런 기능도 있었으면 좋겠다’, ‘저런 것도 추가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계속 나왔다. 그렇게 하나씩 발전시키다 보니 일반적인 삼각대에서 지금의 제품 구상까지 오게 됐다.
이번 ‘모두의 창업’에 참여한 뒤에도 멘토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디어가 상당히 달라졌다.

- 현재 제품 개발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사실 지금의 아이디어가 나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번 공개 오디션을 준비하면서도 발표 직전까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했을 정도다.
현재는 지원받은 자금으로 하드웨어를 제작하고 있다. 다만 아직 발표 자료에 나온 모습 그대로 구현한 것은 아니고, 어떤 방식으로 전개해야 할지, 어떤 구조가 가장 적합할지 고민하면서 개발하고 있는 단계다.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면 지원금과 개인적인 비용을 활용해서라도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디자인을 구체화하고 싶다. 이와 함께 법률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검토할 부분이 많다.
- 사업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가장 큰 과제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것과 법적 규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실제로 MOU를 추진해 봤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협약을 요청하면 비교적 쉽게 맺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특정 업체에 이익을 주거나 보증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술을 구현하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여러 기관과 협력하고 필요한 시스템을 연결하는 과정이 더 큰 난관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면 규제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이후에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MOU 체결도 추진해 보고 싶다.
- 오늘 공개 오디션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오늘 발표하신 분들이 워낙 잘했고 아이디어도 좋아서 저 역시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제가 교수로 일하고 있다 보니 학생들도 이런 프로그램에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1기와 2기 모집에 지원해 보라고 권유했는데, 다행히 이번에 세 명의 학생이 합격했다.
그 학생들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해서 이곳에서 직접 발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교수로서 굉장히 뿌듯할 것 같다.
- 마지막으로 어떤 기업을 만들고 싶은가.
제가 이 제품을 만들게 된 이유는 결국 고속도로에서 직접 겪었던 경험 때문이다. 지금도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사고로 누군가 목숨을 잃고 가족이 슬퍼하는 일이 있는데, 저는 이런 사고가 사회적으로도 굉장히 큰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생각한다.
기술과 통신망을 연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하면 줄일 수 있는 사고인데, 여전히 사람이 직접 삼각대를 세워야 한다는 점이 안타깝다. 이런 사고로 누군가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가족이 슬퍼하는 일은 줄어들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사람의 안전을 지키는 데 기여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
또 하나 바라는 것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요즘 취업이 어려운 만큼 회사가 잘 성장한다면 학생들이 이곳에 취업해 함께 일하면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발전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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