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를 빼달라며 전화기를 들거나, 이중주차된 차를 밀어내느라 땀을 흘리는 일상이 머지않아 사라질지도 모른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로봇을 이용해 스스로 차를 이동시키고 주차면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스마트 주차 기술을 실제 주거 공간에 들여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9일 경기도 시흥시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에서 공동주택 주차로봇 시연회를 열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위아,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스마트도시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추진해 온 실증사업의 중간 성과를 외부 기관에 공유하는 자리였다.
현장에는 국토교통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경기도, 수원시, 시흥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공항공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정책과 인프라를 담당하는 관계기관 관계자들이 일제히 모였다.
단순 시험실이나 상업용 빌딩이 아닌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동주택 내 50면 이상 규모의 주차장에서 로봇 주차 시스템을 적용해 실증에 나선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주차난이 심각한 실제 주거 공간을 무대로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세 가지 핵심 상황을 설정해 기술을 시연했다. 입·출차 교차, 이중주차 해소, 임시출차가 그것이다.
입·출차 교차 시나리오에서는 출근시간대처럼 차량의 입차와 출차 요구가 동시에 몰리는 상황을 가상했다. 출차를 원하는 거주자가 세대 내부 월패드로 요청을 누르자, 관제 시스템의 명령을 받은 주차로봇이 이동해 해당 차량을 출차구역까지 알아서 옮겨놓았다. 요청부터 차를 내어주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분에 불과했다.
이중주차 해소 시나리오도 눈길을 끌었다. 좁은 공간에 차가 빽빽하게 들이찬 상황에서 로봇이 차량 하부로 들어가 차를 들어 올린 뒤 다른 비어있는 공간이나 통로 쪽으로 신속히 이동시켰다. 사람이 직접 차를 밀거나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주차 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인프라 단위에서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차 안에서 깜빡하고 두고 내린 물품을 찾거나 잠시 차를 써야 할 때를 대비한 임시출차 기능도 함께 선보였다. 로봇이 차를 정해진 구역으로 잠시 꺼내줬다가 거주자가 볼일을 마친 뒤 다시 본래 주차면으로 회수해 넣는 방식이다.
이 모든 과정에는 단지 차단기, 세대 월패드, AI 기반 차량점검 시스템 등 기존 아파트 스마트 인프라와 주차로봇 관제 플랫폼의 연동이 필수적이었다. 차량이 단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보관, 상태 점검, 출고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하나의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로 묶어낸 셈이다.
운영에 활용된 스마트 주차 관제 시스템은 지속적인 고도화를 거쳐 현재 2.0 버전까지 진화했다. 이 시스템은 단일 현장에서 최대 200대의 주차로봇을 동시에 제어하고 최적 경로를 실시간으로 계산해 배차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실증에 참석한 지자체 및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주차로봇이 주거 단지뿐 아니라 공항, KTX 역사 같은 주요 교통거점이나 대형 상업·업무 시설로도 빠르게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적 완성도와 별개로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남아있다. 관련 법률상 주차장 규격과 로봇의 도로 이동 및 시설 안전 기준 등 현행 제도가 로봇 주차 시스템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현대차그룹은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부 및 관계기관과 협의해 현실에 맞는 안전 및 운영 기준 체계를 잡아갈 예정이다.
현대차 미래전략본부 정호근 부사장은 "이번 실증은 주차로봇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로보틱스와 모빌리티 기술을 실제 도시 공간에 접목해 나가는 실질적인 과정"이라며 "주차 공간이 단순히 차를 세워두는 곳을 지나 사람과 로봇, 도시 인프라가 촘촘히 연결되는 스마트도시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술을 다듬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