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주가 시간과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재직자 교육훈련에서 남성과 여성 간 기회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주의 관여도가 높고 회사 주도로 진행되는 교육일수록 여성이나 비정규직, 영세기업 재직자가 뒷전으로 밀리는 구조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13일 ‘한국 기업은 재직자들에게 동등한 교육훈련 기회를 제공하는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2주기 자료와 국내 인적자본기업패널(HCCP), 기업 교육훈련 담당자 심층 면담(FGI)을 결합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업주가 교육훈련 시간과 비용을 모두 지원하는 '완전 지원' 방식에서 재직자 1인당 연간 교육훈련 시간은 남성 1.2시간, 여성 0.4시간으로 집계됐다. 남성이 여성보다 세 배 긴 시간 동안 교육을 받았다. 남성 대비 여성 비율은 33% 수준에 그친 셈이다. 교육 참여율 역시 남성이 3.0%인 반면 여성은 1.7%에 머물렀다.
반면 재직자 개인도 비용이나 시간을 일부 부담하는 '일부 지원' 교육훈련에서는 남녀 간 격차가 대폭 줄어들었다. 일부 지원 훈련 참여율은 남성 8.4%, 여성 7.6%로 남성 대비 여성 비율이 90%에 달했다. 1인당 교육훈련 시간도 남성 3.0시간, 여성 2.3시간으로 남성 대비 77% 수준을 기록했다. 개인의 의사결정이 개입할 수 있는 영역에 비해 기업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훈련 과정에서 성별 불평등이 더 가파르게 나타나는 셈이다.
한국 재직자의 전반적인 교육훈련 참여 수준 자체도 국제 기준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한국의 사업주 일부 지원 교육훈련 참여율은 8.0%로 OECD 평균인 36.4%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사업주 완전 지원 훈련 참여율 역시 2.4%에 그쳐 OECD 평균(20.8%)의 10분의 1을 밑돌았다. 1인당 교육시간도 일부 지원 2.7시간, 완전 지원 0.8시간으로 각각 OECD 평균인 9.5시간과 4.0시간을 크게 하회하며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통계적 결정 요인 분석(로짓) 결과에서도 사업주 완전 지원 훈련은 여성과 비정규직, 영세기업 재직자에게 유독 불리하게 작용했다. 다른 국가들 역시 유사한 경향을 보였으나 한국만의 독특한 특징도 확인됐다. 해외 주요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학력이나 인지적 역량, 직종 등이 교육훈련 참여를 결정하는 유의미한 변수로 작동하지 않았다. 역량 개발이 필요한 인재를 선별해 투자하기보다는 대기업, 정규직, 남성 위주로 기회가 일괄 배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적자본기업패널 분석에서도 회사 주도 교육일수록 남성과 정규직이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고품질 교육 과정에 배치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재직자들이 평생교육이나 훈련을 포기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시간 부족'이 꼽혔다. 원하던 교육을 받지 못한 이유로 응답자의 58.5%가 '회사 일로 시간이 없었다'를 선택했다. 이는 OECD 평균인 34.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성별에 따라 시간을 빼앗기는 요인에는 차이가 있었다. 남성은 회사 업무 때문에 시간이 없었다는 응답이 70.0%, 가사·돌봄은 8.1%였다. 반면 여성은 회사 업무가 50.0%, 가사·돌봄이 18.6%로 나타나 돌봄 부담이 교육 참여를 막는 주요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었다.
실제로 자녀 유무에 따른 교육시간 변화를 추적했을 때 자녀가 없는 경우에는 남녀 간 교육시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녀가 있는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긴 교육훈련에 참여했다. 성별과 자녀 유무의 상호작용 계수는 체코를 제외하면 한국이 비교 대상국 중 가장 컸으며, 유일하게 통계적 유의성을 나타냈다.
반가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업주가 전액 부담하는 훈련에서 한국 기업은 재직자의 역량을 정밀하게 진단해 투자하기보다 대기업, 정규직, 남성 위주로 기회를 제공하는 경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직자 훈련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적자원관리(HRM) 시스템 개선과 일터 혁신 지원이 패키지로 설계돼야 한다"며 "단기적인 빈 일자리 채우기식 접근을 넘어 성인의 인지적 역량 자체를 높이는 장기적 노력이 필요하고, 공적 돌봄 체계 확립 없이는 일과 돌봄의 부담 속에서 학습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남녀 간 교육훈련 참여 수치의 차이를 실증한 것으로, 기업 현장의 직접적인 차별 행위에 대한 직접 증거로 단정하는 데는 유의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원 측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