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 현장에서 의료 인공지능(AI) 도입이 더딘 이유 중 하나는 데이터의 격리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분석 알고리즘이라도 전자의무기록(EMR)이나 병원 내 정보시스템과 연동되지 않으면 진료 현장의 외면을 받는다. 의료진이 별도 프로그램을 켜고 데이터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의무기록 연동 기반 의료 AI 스타트업 퍼슬리가 지난 29일 글로벌 제약사 한국MSD가 주최한 'MSD 헬스 이노베이션 써밋'에서 최고의 발표 기량을 보여준 기업으로 뽑혔다.
이번 행사는 한국MSD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이 국내 유망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을 발굴하고 해외 진출 및 협력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공동으로 마련한 자리다. 현장에는 다수의 헬스케어 스타트업과 의료계, 투자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의료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기술을 점검했다.
발표 무대에 오른 오상준·남궁현 퍼슬리 공동대표는 '베스트 프레젠테이션' 상을 수상했다.
퍼슬리는 기존 EMR 시스템과 매끄럽게 연결되는 의료 AI 파이프라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단순한 AI 모델의 정확도나 성능 지표를 자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진료실과 수술실 등 의료 현장에서 의무기록 데이터가 어떤 방식으로 흐르고 수집되는지, 이를 통해 의료진의 작업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에 집중했다.
의료 데이터는 환자 개인정보 보호 규제와 병원별 표준화 부족 문제로 인해 접근이 까다롭기로 손꼽힌다. 현장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 없이 개발된 기술은 실제 적용 단계에서 병원 전산팀과 의료진의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퍼슬리는 실제 병원의 의무기록 인프라 연동을 전제로 설계한 서비스 구조를 구체적으로 풀어냈다. 데모와 실제 적용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기술 실용성과 사업성을 함께 입증한 점이 심사위원단의 우수한 평가로 이어졌다.
행사에 참석한 한 헬스케어 관계자는 "최근 의료 AI 분야 발표들이 지나치게 논문 중심이나 기술적 스펙 자랑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은데, 현장 작업 흐름을 정확히 짚어낸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은 기술 검증과 판로 개척의 중요한 발판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환자의 치료 이행도를 높이고 임상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하기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추세다.
퍼슬리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국내외 병원은 물론 제약사, 헬스케어 기업들과의 접점을 넓혀갈 생각이다. 현장의 실제 의무기록 데이터 흐름에 맞춘 AI 서비스를 한층 고도화하고, 병원 전산망 연동을 위한 파트너십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