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투자 시장에서 스타트업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작동하던 불공정 투자계약 관행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투자금을 미끼로 대주주가 부당한 이익을 챙기거나, 기업공개(IPO) 실패를 이유로 지나치게 지분을 깎아내리던 유효성 의문 계약들이 앞으로 법적 규제 대상에 오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2일 국무회의에서 벤처투자회사 대주주의 금전 수수 행위를 금지하고 벤처투자조합의 불공정 계약 체결을 제한하는 내용의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벤처투자 업계 일각에서는 투자 유치가 목말라 있는 초기 스타트업을 상대로 과도한 회수 조건이나 특약 조항을 요구하는 일이 암암리에 이어져 왔다. 현행법상 이를 직접 제재하거나 무효화할 정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해 창업자나 피투자기업이 불이익을 감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벤처투자회사 대주주 등이 회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금전이나 향응, 그 밖의 이익을 주고받는 행위를 명확히 금지했다. 투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적 이익 편취나 대주주의 사권 오남용을 막아 벤처투자회사의 경영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벤처투자조합 업무집행조합원(GP)이 피투자기업과 투자계약을 맺을 때 기업 측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불공정 계약조건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신설됐다.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지적돼 온 조기회수권과 리픽싱 조건이 수술대에 올라섰다.
정당한 사유도 없이 단순 경영성과지표 변동을 이유로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거나, 최소한의 유예기간조차 주지 않은 채 바로 투자금을 빼내는 행위가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IPO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증권 가격을 과도하게 낮춰 조정하는 리픽싱 조건 역시 제한을 받는다.
만약 투자계약 과정에서 이러한 불공정 조건이 설정될 경우 법안에 따라 해당 조건에 한해 법적 효력이 부정된다. 중기부는 제한 조항을 위반한 창업투자회사 등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정부는 제도 시행에 앞서 시장 단속과 표준화 작업을 점진적으로 진행해 왔다. 민관 합동으로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 포럼’을 만들어 현장의 불합리한 특약 조항과 실제 피해 사례를 점검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 6월 30일 벤처투자 표준투자계약서와 해설서를 개정·배포한 바 있다. 법 개정은 이 같은 현장 가이드라인을 법적 강제력으로 뒤받침하는 마지막 단계다.
이번 개정안은 오는 9월 29일 공포 과정을 거쳐 2027년 3월 30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중기부는 법률 시행 전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해 하위법령을 세부적으로 정비할 방침이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은 "이번 개정을 통해 벤처투자의 의사결정과 투자계약의 공정성이 한층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벤처투자 시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도 업계와 소통하며 필요한 지원과 제도개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선량한 창업자를 보호하는 울타리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자율적인 투자 계약 자율성을 경직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존재하는 만큼, 향후 마련될 하위법령의 세부 가이드라인 수위가 시장 연착륙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